[데스크칼럼]주가 예측의 무(無) 의미성

입력 2009-11-06 11:24 수정 2009-11-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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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과 슈퍼마켓 계산대의 진실

주가를 예측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많은 경제학자들이 합리적인 투자행동에 관해 연구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행동이 합리적 일수록 주가 움직임은 더욱 알 수가 없다.

경제학에서 '합리적 기대가설(Rational Expectation Theory)'에 근거를 둔 '합리적 투자행동'이라 함은 투자자들이 현재 취득 가능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투자 한다는 뜻이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따르면 모든 주식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은 오늘 합리적으로 판단해 내일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을 사고,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면 주식을 판다. 이때, 과연 주가 움직임에 대한 예측이 정확한 것일까.

내일 주가가 오른다면 실제 투자자들의 판단이 합리적으로 정확해서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오늘 주식을 산 사람들이 많아서 주가가 오른 것이다.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반대의 경우로 마찬가지다.

그럼 주가가 오를 경우, 얼마까지나 오를까.

주가는 투자자들의 생각이 내일 더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면, 그래서 아무도 더 이상 주식을 사지 않을 때까지 오르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 모두가 합리적으로 주가 움직임을 예측해 매매에 나선다면, 급격한 증시의 변동성은 존재할 수가 없다.

주가의 급변동은 오로지 천재지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재료에 의해서만 기인하게 된다.통계학자들은 이러한 주가의 움직임을 ‘랜덤 워크(Random Walk)’라고 정의한다.

주식 투자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투자자들은 슈퍼마켓 계산대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다 산 후 카트를 끌고 나오는 손님은 어느 계산대가 가장 빨리 계산을 마치고 나갈 수 있을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때 모든 계산대에 같은 수의 쇼핑객들이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 있다고 하자.

모든 손님들이 어떤 줄이 가장 빠를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예측을 한다면 모두가 그 줄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러면, 그 줄은 더 이상 가장 빠른 줄이 아니다. 차라리 아무 줄에나 서 있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줄에 서 있는데 갑자기 계산원이 잔돈을 가지러 간다며 자리를 뜨거나, 또는 계산기가 고장이 나거나, 계산원이 손놀림이 민첩한 사람으로 바뀔 경우 계산을 마치고 집에 가는 시간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슈퍼마켓에서 물건 값을 빨리 내고 나올지, 한참 시간이 걸릴지 여부도 ‘랜덤 워크’다.

이런 관점에서 슈퍼마켓 계산대 줄의 진실은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데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투자자들이 모두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주가는 뭘 반영하는 것인가.

주식투자 판단지표에는 기업의 주당순자산가치, 주가수익비율(PER), EVITA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가장 간단하고 분명한 주가의 의미는 ‘기업의 미래 수익에 대한 권리’다.

내가 어떤 기업 주식의 1%를 소유하고 있다면 매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1%를 배당으로 받을 권리가 있다. 회사가 1000만원을 벌었는데 나에게 10원의 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을 유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투자를 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에 기업가치에 대한 권리를 더욱 개선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

당장 배당수익을 손에 넣어도 좋고, 미래를 위해 배당을 조금만 받아도 기분이 나쁠 필요가 없다. 이제 올해도 2개월이 채 안 남았다. 요즘같이 주가가 변덕스러울 때는 주가에 대한 나의 합리적 판단이 남보다 앞서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잘 살펴서 내년 초 배당수익을 따져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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