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전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퇴임사에서 "지난해 3월 13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1년 8개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부족한 제가 큰 실수 없이 중책을 마친 것은 금융위 가족들의 도움과 가르침이 너무나 컸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9일 금융위에 따르면 이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청와대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으로 내정되면서 1년 8개월간의 부위원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위원장은 "그동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호기 있게 공직사회로 들어왔지만 민간에서 교수로 재직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국회ㆍ행정업무 및 언론 대응 등이 소심한 가슴을 조여 올 때마다 몇 번이나 역대 부위원장님들의 사진을 보면서 '중간은 해야 된다'고 수 없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돌이켜보면 지난 1년 8개월은 금융위 가족 모두가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새롭게 출범한 조직이 자리도 잡기 전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가 닥쳐왔다"며 "금융을 책임지는 부처인 만큼 위기 대처의 책임과 결과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었으나 눈앞의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밤새워 국회로 나가는 등 금융위 가족들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의 충격 앞에 수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거 초임 사무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금융위가 한 때 기피 대상 부처가 되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예산권도 인사권도 없는 작은 부처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책 주도가 무엇인가를 명백히 보여줌에 따라 이제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부처가 됐다"며 "위기가 기회란 말대로 금번 금융위기가 금융위의 존재감과 위상을 높여준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임했던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부위원장은 재임 기간 함께 했던 전광우 전 위원장과 진동수 현 위원장에게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하면서 자신감과 소신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전광우 전 위원장은 위기의 한 가운데서 마음고생을 같이 하면서 자신감과 소신을 잃지 않게 조직을 이끌어왔고 진동수 위원장은 경제논리만 앞세우던 본인에게 섬세한 위기대응, 법의 중요성, 꼼꼼한 일처리, 조직관리의 순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고 전했다.
금융위 간부들과 직원들에 대해서는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며 조직의 위계질서와 성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예를 갖춰 준 간부들과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성실해 수행해 준 사무관과 서기관들에게도 거듭 감사했다.
한편, 그는 "막상 이 자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부탁드릴 일도 생각나다"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산은 민영화, 단기자금시장 선진화 방안 등 주요 프로젝트가 성과를 지켜 봐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밖에 그는 해외 주요 기관과 미디어와의 텔레컨퍼런스를 통해 지속적인 소통과 협조를 당부하는 등 "위기가 닥친 후 IR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절실히 느꼈던 만큼 개인의 업무 경험이 조직의 자산으로 제도화되도록 보다 체계적인 인수인계 매뉴얼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