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가 지난 여름부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우리나라 수출도 꾸준히 승승되고 잇다며 이달 기준금리 동결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 2%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내 경기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지난 여름부터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꾸준히 월별로 늘고 있고, 내수 쪽에서도 다소 호전됐고, 이것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생산에도 반영되면서 전체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은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 쪽에서 잘 되고 있다. 소비는 승용차 판매가 상당히 호조를 보였다. 지난 9월 수치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지표도 증가로 바뀐 것으로 돼 있다. 이러한 것들이 제조업 쪽에 주로 반영되면서 제조업 가동률이 80% 수준으로 올라왔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0월에 전년대비 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 기준 물가목표가 2.5~3.5%인데, 최근 몇 개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그 하한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요 쪽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없고, 비용 쪽에서는 원유나 원자재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시차로 인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이 있다. 지난 몇 개월 원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이것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상당히 관심을 가졌던 주택매매 쪽에서는 금융규제가 좀 강화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은 수급 상황을 반영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쪽에서 보면, 주식가격이나 채권금리 같은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최근에 조금 커졌다. 지난 몇 개월 계속된 주식가격 상승이 조금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이 근래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의 여신 활동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총부채상환비율 확대 적용이나 그 간의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한 대출금리 상승이 작용해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국내 경기는 재정정책의 경기진작 효과가 4분기 이후 약화되도록 돼 있다. 그러나 3분기부터 민간 부문에서도 다소 수요가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수출도 당분간 괜찮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회복세는 4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아직 본격화됐다고 볼 수 없다. 이들 지역 은행의 기업에 대한 여신 활동도 아직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세계경제 전망이 탄탄하다고는 아직 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재정정책의 효과가 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 수요가 얼마만큼 잘 받쳐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다.
전체적으로 4분기 성장률 자체는 2~3분기처럼 높은 성장률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2~3분기는 작년 말 금년 초 극심한 위축에 대한 반사효과가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에 4분기 이후에는 그런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통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간다. 다만, 그렇게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는 않지만 4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몇 달 동안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1년 전보다 2%까지 내려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은 2%대에서 움직일 것이다. 3%까지 가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예상이다.
경상수지는 상당기간 흑자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면 수입도 따라서 늘기 때문에 흑자폭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최근 9~10월 상황을 보면 연간 흑자가 400억 달러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흑자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당분간 국내 수요의 확대 정도와 세계 경제가 얼마만큼 확실한 회복 기조를 마련하느냐를 봐 가면서 경기 회복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운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