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KB금융지주, 리딩뱅크 자존심 되찾나

입력 2009-11-16 10:32 수정 2009-11-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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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사퇴ㆍM&A 실패 악재 잇따라…내년 핵심동력 찾아 발돋음

올해 국내 금융업계 가운데 가장 큰 이슈를 몰고 다닌 곳은 단연 KB금융지주다.

외형적으로는 국내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최근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이 거액의 투자손실로 사퇴를 해야 하는 비운을 맞았다.

또 외환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짓 키우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고베를 마시면서 리딩뱅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년간 1위 자리는 놓치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 과연 리딩뱅크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현재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우리나라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탄생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963년 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으며 2001년 주택은행을 인수하면서 리딩뱅크로 우뚝 섰다. 2002년에 들어서면서 국민투자신탁운용, KB부동산신탁 등 상호를 모두 변경하고 본격적인 영업 전략에 나섰다.

이후 2003년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지난 해 9월에는 KB금융지주를 공식 출범하고 지주회사 설립 본인가 승인 취득했다.

그렇지만 지주사 설립과정에서의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힘겨운 나날’뿐이었다. 예상 밖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에 제동이 걸리는 등 출발부터 삐걱 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해 8월 지주회사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국민은행은 가장 먼저 ‘주가’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지주사 전환 전제 조건이 발목을 잡은 것. 주식매수청구가격은 6만3292원. 이 가격과 주가의 괴리가 클수록 지주사 전환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비율을 발행 주식의 15% 이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여기에 지주사 전화 결의가 이뤄진 뒤부터 주가 부양을 위한 피 말리는 싸움도 시작됐다. 또 작년 9월 2일 주가는 5만59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7393원이나 낮았다. 당시 9월 위기설 등으로 흉흉한 분위기 속에 코스피지수가 연일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은 영향이 컸다. 자사주 매입에 1조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주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시장과의 약속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주가 방어에 전력을 다했다. 다행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수가 전체 발행 주식의 11.38%에 그쳤다. 총 2조4200억 원 규모였다. 자사주 매입비용 등을 포함해 총 3조4000억 원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어렵게 KB금융은 지난해 9월 29일 공식 출범된 셈이다.

◆비은행 활성화 여전히 과제

국민은행, KB부동산신탁, KB생명보험, KB신용정보, KB데이타시스템, KB자산운용, KB선물, KB투자증권, KB인베스트먼트 등 총 9개다. 이중 KB생명보험(51%)만 제외하고는 모두 100%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구조는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게 그룹 내 은행 비중이 자산기준 98%를 차지할 정도로 한 곳에 쏠려있다.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할 때 이같은 단점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신한지주는 전체 순익에 대한 비은행 부문의 당기순익 기여도가 절반을 넘는다. 올 2분기 기준 67%나 됐다.

무엇보다 은행들의 실적이 비슷한 상황에서 신한지주가 유독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던 것도 비은행 부문이 선전한 덕이다.

또 신한지주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각 업종마다 중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것과 달리,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은 1위 은행 명성에 걸맞지 않는 위치다.

이 때문에 황 전 회장은 이를 위해 ‘대형 금융지주회사와의 대등 합병’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그 대상으로 외환은행·증권·보험사 등이 거론되면서 KB금융은 금융권 M&A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덮치면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성장 전략이 생존 전략으로 바뀐 셈이다. 금융당국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을 끌어올리라고 엄포한 상황에서 M&A는 ‘배부른’ 소리로 여겨졌다. 따라서 후순위채 발행과 증자에 정신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이라는 당초 전략은 뒤로 밀렸다.

KB금융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만 전념하면서 M&A 실행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내년도 역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성공적인 M&A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증시가 오르면서 증권사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고 인수 대상 보험사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딱히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것. 또 뜻하지 않게 황 전 회장이 자진사퇴로 물러나면서 악재는 더 겹쳤다.

하지만 KB지주는 내년을 기약하며 M&A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인규 KB지주 부사장이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과거 M&A 계약을 했다가 파기한 외환은행을 포함한 은행산업과 비은행부문을 다 같이 M&A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내년을 기점으로 KB지주가 M&A 전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계열사 통합 시너지 본격화

그렇다고 KB지주가 연일 악재에만 시달린 것은 아니다. 지난 1년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선보인 KB Plustar 통장이 11일 현재 29만좌 3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대박을 터뜨린 것.

또 7월에는 은행과 증권자산을 동시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계좌서비스’도 내놨다.

올해는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계열사로 운영하던 IT센터도 여의도 국민은행 센터로 이전해 통합했고, 계열사 고객정보를 통합관리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CRM마트’도 구축한다.

계열사별로 운영되는 우대고객제도는 물론 IT전산기기 등 각종 구매절차도 통합한다. 이 같은 각종 시너지 프로그램은 올 하반기 이후 본격 가동될 것으로 KB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 해 금융위기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가도 다시 회복세로 전환되고 있고 자금도 넉넉한 만큼 내년에는 그동안 계획했던 M&A추진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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