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의 재계 총수와의 첫 만남이 현안을 점검하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서울 롯데호텔에 모인 재계 총수들이 정부의 최대 현안인 ‘세종시 기업 이전’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총리와의 만찬을 주재하기로 한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정 총리에게 준비해 온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린 사업가이니까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해 세종시 이전에 문제에 말을 아꼈다.
또 세종시에 연구단지 이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이미 연구 단지가 있기 때문에 (이전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추후에 검토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신년되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호텔 로비에 도착한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세종시 이전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으며, 포스코 정준영 회장도 “검토한 바 없다”면서 서둘러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들어보러 왔다”고 말해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대림산업 이준용 회장 역시 “세종시 이전 계획 논의가 있다고 했는데, (그룹의 검토계획은) 들어 본 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총수들의 입장이 “정식으로 요청받은 바가 없어 검토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보면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장단 회의에서 정 총리의 설득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이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법인세 혜택 등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미 각 지자체에서도 이에 상응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곳도 있어, 특단의 조치가 제시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총리자격으로 기업 총수들을 처음 만나는 정 총리가 확정적인 수확 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세종시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선에서 회장단 회의가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 총리가 세종시 기업 이전 문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만큼 이 자리에서 파격적인 제안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해 회장단 회의 이후 총수들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