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은행의 ATM에서 5만원권 입출금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만원권 유통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신권 ATM 도입 이후 2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또 다시 5만원권 ATM을 도입하는 것은 중복투자라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매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는 은행들이 이 같은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겉으론 고객을 최우선으로 모신다고 하면서 고객 불편은‘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농협은 시중은행중에서는 5만원권 ATM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7000대의 ATM을 보유중인 농협은 이중 1110대를 5만원권 ATM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160대는 신규 도입한 상태다.
내년에는 300~600대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점포 숫자(1128개)와 비교했을 때 내년에는 점포당 1.5대 이상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편의성을 재고하기 위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ATM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10월말 기준 ATM 9600대를 보유중이며, 이중 5만원권 ATM은 1135대(11.8%)에 그치고 있다. 출장소를 포함한 총 점포가 1066개인 것을 감안하면 점포 당 1.06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총 ATM 6198대중 5만원권 ATM이 1285대로, 20.7%를 차지한다. 총 점포수는 925개로, 점포당 1.35대 수준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내년에 5만원권 ATM을 얼마나 도입할지에 대해선 아직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총 ATM이 6700대이며, 이중 5만원권 ATM은 800여대다. 점포 역시 5만원권 ATM 숫자와 비슷한 800여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5만원권이 많이 유통되지 않은 상황이다”며“상황을 봐서 내년도 5만원권 ATM 도입 계획을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총 ATM 3000대중 5만원권 ATM은 730대다. 점포 숫자는 647개로 점포 당 1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기업은행 역시 600개 점포에 1대씩의 5만원권 ATM을 설치한 상태다.
이 같이 저조한 5만원권 ATM 도입 상황에 대해 시중은행들은“전면적인 재교체는 비용부담이 상당하다”며“내용연수가 도래하는 구형 ATM을 5만원권 ATM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ATM업계의 분석은 다르다. ATM업체 관계자는“3000만원이 넘던 5만원권 ATM이 은행들의 과도한 가격 깎기로 최근 2000만원 이하까지 떨어진 상태”라며“내용연수가 도래할 때까지 기다리려면 최대 5년이 지나야 한다.
5만원권 ATM은 전면 교체 없이 업그레이드만으로도 대응이 가능한데 은행들이 고객 항의에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시중은행들이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기면서 고객 불편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분기 주요 시중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2312억원, 우리은행은 4110억원, 신한은행 2888억원을 기록했다. ATM 1대를 2000만원으로 잡고 500대를 도입한다고 할 경우 1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순이익의 5%도 안 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