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전반적 고용사정이 악화된 가운데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은 22일 '여성 중심의 고용부진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희망근로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5월 취업자는 21만9000명 감소했고 이중 여성이 21만1000명으로 전체의 96.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여성의 열악한 고용사정은 각종 분석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해 5월에는 취업자였으나 올해 5월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 등 비취업자로 전환한 20~50대 남녀의 취업유출 확률은 여성 20대, 여성 50대, 여성 40대, 여성 30대, 남성 20대, 남성 50대, 남성 40대, 남성 30대 등 순으로 높았다. 여성의 비취업자 전환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취업유지비율도 남성의 경우 93.2%였으나 여성은 86.3%로 낮았다.
특히 남성은 직업을 잃을 경우 실업자로 전환하는 비율(2.4%)과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는 비율(4.4%) 간 2.0%포인트 차가 났으나 여성은 비경제활동인구 전환비율(11.8%)이 실업자 전환비율(1.9%)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는 여성들이 실직후 아예 취업할 의사를 접고 고용시장에서 퇴장해 버렸다는 뜻이어서 심각성을 더했다.
실제로 30~50대 취업유출자 중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한 사람의 경우 남성은 연령대별로 '쉬었음' 사유가 72.3~87.9%를 차지했지만 여성은 육아나 가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례로 30대 여성 중 32.9%는 육아, 47.5%는 가사를 사유로 들었고, 40대와 50대 여성은 가사를 이유로 꼽은 이들이 각각 86.6%, 83.2%에 달했다.
첫 직장을 구한 새내기 사원의 경우도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이 비임금근로자로 취업할 확률은 남성보다 3.2% 높았다. 또 임금근로자인 경우에도 계약기간 1년 이상인 상용직에 취업할 확률은 4.6% 낮았고, 첫 일자리가 정규직일 확률은 여성이 9.1%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 역시 남성은 보수(24.6%)나 장래성(19.9%)을 꼽아 자발적 이직이 많았으나 여성은 결혼.육아.가사(20.2%)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 연구위원은 "2007년 기준 대졸 이상 고학력자 고용률은 남성이 8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9.1%)과 비슷하지만 여성은 60.8%로 현격히 낮다"며 "여성의 취업환경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