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공동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권의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한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며 "관심을 두고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은행권의 수수료 담합 혐의를 조사해 제재했을 때 업체 간 정보교환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대출 금리를 변경하기 전에 정보 교환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만약 실태조사 결과 담합 정황이 포착되면 곧바로 현장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금리 기준)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은행들은 CD 금리가 하락할 때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금리 하락을 제한했다.
CD 금리는 2007년 5.16%에서 작년 3분기 5.69%로 높아졌다가 국제 금융위기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영향으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2.4%대를 유지했다.
신규 대출 기준 가산금리는 2007년 평균 1.18%에서 작년 4분기 1.83%로 상승했고 올해 3월부터는 2.8~2.9%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007년 6.34%에서 작년 4분기 7.27%로 높아졌다가 올해 6월에는 5.25%로 낮아졌다. 이후에는 CD 금리와 가산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8월에 5.45%로 높아졌다.
문제는 작년 3분기 이후 CD 금리가 3% 이상 낮아졌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면서 실질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폭은 1%대에 머물고 있다는 데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간부는 "은행들이 단기자금인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삼다 보니 장기 대출금리와의 차이를 가산금리로 보전하고 있다"며 "주요 은행들이 이를 담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최소한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수준에서 대출 금리를 결정했을 뿐"이라며 "담합은 막대한 벌금과 함께 경영진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모여서 적정 가격을 얼마로 하자는 식의 논의는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정위는 작년 3월 8개 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 등을 담합한 혐의를 적발해 총 95억9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지로수수료를 인상하기로 담합한 혐의로 17개 은행에 과징금 43억5300만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