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지방은행 인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부산은행도 그동안 숙원 사업인 지방은행 통일을 위한 물밑 작업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최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은행은 대형은행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해 M&A 이슈도 전무한 상태”라며 “생각 같아서는 부산은행도 인수하고 싶지만, 우선적으로 경남은행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부산은행과는 달리 지점이 겹치는 곳이 없어 경남은행 노조에서도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매물로 나온다면 부산은행보다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영업점은 마산과 진해, 김해, 창원, 양산지역 등 5곳의 지역이 겹치지만,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은 창원지역 한 곳에서만 같은 영업소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자본금이나 인수자금에 대해 “그것까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면서도 “지방은행이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할 의향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광주은행 역시 매물로 나올 경우 경남은행 다음으로 인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대구은행의 주장에 대해 일방적인 이야기라며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경남은행이 부산은행보다는 대구은행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구은행의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현재 직원들은 우리금융지주체제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관계자 역시 “우리금융지주가 민영화가 이루어질 경우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해 현재 전혀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물이 나올 경우 사실상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에 팔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큰 거부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 1위인 부산은행도 본격적인 M&A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M&A에 대한 이슈도 없고 매물로 나온 것이 없어 계획은 없지만, 매몰이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두고 설전을 펼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방은행 완전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영남지역 패권을 먼저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1~2위를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24조원 규모의 경남은행을 먼저 인수한다면, 순위 변동은물론 영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될 것”이라며 “경남은행이 지방은행의 외환은행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우리금융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은행에 대한 계획이나 제안이 없었을 뿐더러 이야기 자체가 나오지 않아 검토를 안했다”면서 “하지만 인수 희망자가 나온다면 이러한 계획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지방은행 그룹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금융 그룹의 자회사로 묶여 있는 경남, 광주은행의 독립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M&A를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와 따로 떼서 얘기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경우 경남은행을 시작으로 광주은행과 전남은행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는 부산은행도 비슷할 것”이라며 “우리금융지주가 경남.광주을 매몰로 내놓을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지방은행 내에서는 벌써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