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실적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불황형 무역흑자 구조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1일 지식경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8% 증가한 34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1년 만이다.
수입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늘어난 30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별 수입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도 1년 만에 처음이다. 11월 무역흑자 역시 40억5000만 달러로, 10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출입이 1년만에 처음으로 모두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더 이상 불황형 무역흑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수출입 증가
지난달 수입과 수출이 모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기저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구체화하면서 수출과 수입은 급격하게 타격을 입었고, 이 때문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지난달의 수출입 실적이 증가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라고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과 수입 실적 모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1월 일평균 수출액은 14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일평균 수입액은 13억1000만 달러로 지난 10월과 비슷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52.2%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고, 비중도 늘어 주목된다.
대중 수출은 자동차 부품(182.0%), 반도체(141.2%), 액정디바이스(103.2%), 석유화학(78.9%), 철강판(54.6%) 등 대부분 제품이 크게 늘었고, 그 비중도 1분기 22.2%에서 2분기 23.0%, 3분기 25.0%로 꾸준한 증가세다.
수입도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수출호조 품목을 중심으로 한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었고, 소비재의 경우 전자게임기(65.4%)와 비디오 카메라(65.3%), 화장품(47.4%), 승용차(38.6%) 수입이 급증했다.
◆내년 수출입 회복세 '긍정적'
일단 지경부는 올해 말까지는 수출입 증가세를 이어가며, 연말까지 무역흑자 400억 달러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11월까지의 누계 무역흑자는 37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이고, 12월에 22억 달러 이상의 흑자만 기록하면 연간 흑자 규모가 4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다만 철도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동근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철도 화물운송의 비중은 6.5% 수준"이라며 "철도노조 파업이 지속될 경우 수출입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도 파업이 한달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최대 22억달러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이 빨리 종료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품목 가운데 철도를 통해 운송되는 품목은 철강, 시멘트 등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회복세가 이어질지 여부다.
지경부는 내년 수출이 1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선박업종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선박의 경우 내년 유일하게 감소세가 예상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선박의 경우 수주물량이 남아있지만, 신규 수주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선박 수출은 5~6%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선사들의 유동성 위기 고로조 국내 조선사의 기존계약 연기, 취소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11월 대부분의 품목이 수출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선박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원화강세 등이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회복기로 들어서며 수출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무역흑자 폭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