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익명 요구에 애먹는 기업과 투자자

입력 2009-12-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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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안녕하세요. OO기업 IR담당자 입니다. 좋은 기사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특정 기업’의 이름을 빼주시면 안될까요..”

얼마 전 코스닥 기업의 IR담당 이사가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다급해하며 답답한 마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기자는 특종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접하지 못할 특정 대기업에 대한 수주계약 기사를 송고했는데 그 특정기업이 계약 취소라는 칼자루를 쥐고 공급 업체에 기사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이 코스닥 담당이사는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수주 계약을 체결한 것이 맞으며 기사에 틀린 부분은 없다”라면서도 “다만 그 해당 대기업이 거론되는 것이 싫으며 이를 수정을 요구해왔다”고 딱한 상황을 하소연했다.

또한 수정이 안 될 경우 계약 취소는 물론 향후 계약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며 딱 한번만 도와달라는 것이다.

기자가 증권부 코스닥 시장을 출입하는 동안 이 같은 코스닥 업체의 딱한 사정을 한 두번 봐온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 특정 기업은 대부분 대명사인 ‘국내 대기업’으로 수정이 된다. 통상 국내 유수의 IT기업이면 삼성전자를,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는 현대자동차 등으로 보면 된다.

이로 인해 기자들이 곤혹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기업과의 수주 관련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 이름이 빠지면 앙꼬없는 진빵과 같은 기사돼 투자자들로부터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다.

‘이걸 기사라고 써느냐’ 둥의 비아냥을 듣기도 하지만 또 다른 투자자들은 ‘이 대기업이 어딘지 알려달라’고 묻는 경우도 왕왕 있다.

또한 코스닥 모 IT업체는 기사에 ‘특정 기업’이 박혀 있으면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며 공시 조차도 못하게 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좋은 소식도 홍보할 수 없는 코스닥 업체들은 속 시원하게 투자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고 기사가 수정되면 감사의 인사와 함께 전한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문제점을 꼽고 싶다. 공시도 제대로 못하고 특정 기업의 이름도 감춰진 상황에서 어느 투자자가 과연 제대로 알고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국 아는 사람들만 투자를 해서 투자 이익을 보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며 제대로 된 사실을 모든 투자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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