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각국간 입장차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선진국들의 소극적 태도를 맹비난하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덴마크의 합의문 초안에 대해 개발도상국에서 크게 반발하는 등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웨이 기후변화 협상 대표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례적으로 외신기자 회견을 열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이 지나치게 '소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수웨이 대표는 "선진국들은 과감한 감축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EU의 제안은 불충분하며, 2020년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17% 줄이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맹공을 펼쳤다.
이와 함께 주최국인 덴마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이 영국 일간 가디언 지 웹사이트에 공개되면서 개도국과 환경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초안은 "모든 당사국이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을 기준으로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에 동의해야 한다"면서 개도국들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게 될 '피크 시점'을 제시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 초안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유엔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선진국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도국들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131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G77)'의 루뭄바 스타니스라스 디아 핑 의장은 "초안은 코펜하겐 협상의 성공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수단 출신인 그는 "회의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G77이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세계 인구의 80%를 더욱 큰 고통과 불의로 몰아넣는 불공정 타협안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수웨이 대표도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늘릴 수 있게 허용하면서도 "아직 산업화 단계에 있는 개도국들에는 피크 시점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보 데 보어 UNFCCC 사무총장과 코니 헤데가르트 총회 의장은 이 초안이 비공식적인 아이디어 차원의 문서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독일의 dpa 통신은 이것이 덴마크 총리실에서 작성된 것은 맞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