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합검색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던 네이버(NHN)의 독주체제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생활밀착형 검색을 내세운 다음과 시맨틱 검색을 선봉에 세운 네이트(SK컴즈)가 무서운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포털시장에서 그 동안 네이버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비정상적인 측면이 강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다음과 네이트가 검색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만큼, 네이버와 2, 3위 업체간 점유율 격차도 더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지식인 서비스 경쟁력 잃어
네이버의 통합검색 시장 점유율은 올해 1월 71.1%를 기록한 이후, 11월에는 65.2%까지 하락했다. 10개월 동안 5.9%p까지 떨어졌다. 다음은 같은 기간 21.6%에서 22.3%로 0.7%p가 올랐으며 네이트는 4.0%에서 6.4%로 2.4%p가 상승했다. 네이버에서 빠진 점유율의 절반 가량이 다음과 네이트로 흡수된 셈이다.
다음의 경우 동영상 UCC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생활밀착형 검색, 네이트는 지난 10월 선보인 시맨틱 검색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네이버는 선두 달성의 1등 공신인 지식인 서비스가 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A증권사 연구원은“지식인 서비스는 깊이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다음과 네이트가 전문적인 데이터 축적에 주력하면서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트랙픽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포털업체가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며“네이버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SK컴즈,마케팅 비용 증가 부담 작용
그동안 포털시장은 네이버의 독주에 다음이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네이트, 야후, 구글, 파란 등 나머지 업체들의 존재감이 극도로 미약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네이트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전문가들도 네이버-다음의 2강 체제에서 네이버-다음-네이트의 3강 체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네이트는 12월 첫주 통합검색 시장 점유율 9.8%를 기록, 마의 10% 벽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시맨틱 검색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것도 호재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컴즈가 싸이월드 해외법인을 청산하고 교육 사이트 이투스를 매각하면서 인터넷 사업에 집중한 결과, 컨텐츠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B증권사 연구원은 “네이버의 통합검색 점유율은 다소 낮아질 수 있어도 60%대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30~40%를 놓고 다음과 네이트가 경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트가 3강 체제에 편입될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네이트의 상승세가 반짝 효과에 그칠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일반인들이 기존에 사용 중인 포털 사이트의 교체를 매우 꺼린다는 점이 변수다.
이 연구원은“시맨틱 검색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이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선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과거에 비해 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며 SK컴즈가 이를 감내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네이트의 ‘3강 편입’ 기준점에 대해선 10% 안팎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경진 연구원은 “네이트가 1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간다면 3강 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평할만하다”고 말했다. C증권사 연구원은 “월간 기준이 아닌 연간기준으로 꾸준히 10% 이상을 찍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연구원은“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내년에 인터넷 광고시장도 다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포털업체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폰 확대로 인한 모바일 서비스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