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기업, 기술 노하우 수출 수입 '짭짤'

입력 2009-12-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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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中 화학기업과 기술 협력...SK에너지·호남석유화학 등도 기술 노하우 수출

올 들어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시행과 중국 특수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경쟁력 높은 공장운영 능력을 활용, 기술 노하우를 수출해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내 유화기업의 '기술'이 새로운 수출전략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중국 화학기업인 길림석화(吉林石化)에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공장 설립과 생산을 위한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제일모직은 이번 계약으로 길림석화에 2012년까지 ABS 20만t 생산을 위한 제조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기술지원비 및 교육훈련비 등을 포함해 총 2814만달러의 기술료를 받는다.

제일모직이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ABS는 각종 가전제품과 사무기기, 자동차의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합성수지다.

제일모직은 효율적인 기술이전을 위해 프로젝트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문가를 중국 현지에 파견해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길림석화의 담당 직원을 국내 여수사업장으로 초청해 제품생산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국내 기술노하우가 새로운 수출품목으로 떠오른 것은 우수한 기술력 때문이다.

국내 유화업체들의 공장 운영 능력은 이미 세계 톱 클래스 수준으로 잦은 설비 고장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을 경기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셧 다운'하는 일이 거의 드물다.

▲SK에너지가 쿠웨이트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이퀘이트사에서 PX(파라자일렌) 생산공정이 가동되도록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에너지, 호남석유화학 등 국내 유화업체의 기술노하우 수출도 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9월 베트남 빈손사와 O&M(공장 운영 및 유지보수)서비스 계약을 맺고 앞으로 2014년까지 베트남 최초 정유공장의 운전 및 조직 운영을 도맡으면서, 상업운전을 성공시키고 공장운영 노하우를 현지인력에게 전수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SL에너지는 분야별 경력 10년 이상 전문가 100명을 파견한 상황이다.

이 계약으로 SK에너지는 향후 5년 간 공장 운영 전반을 담당하게 됐으며 7800만 달러(한화 약 950억원)의 매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5월부터 쿠웨이트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이퀘이트사(社)가 진행 중인 연산 76만8000t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생산공정이 가동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공장 운영 노하우뿐만 아니라 촉매 관련 기술도 수출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7월 중국 5대 전력업체인 화디옌그룹에 친환경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탈질 촉매 기술을 수출했다.

질소산화물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대기 중에 정화된 공기를 배출시키는 친환경 SCR촉매는 지난 2003년부터 프랑스, 독일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도 최근 인도 할디아 페트로케미칼과 기술공급계약을 체결, 기술자를 현지에 파견했다.

인도의 할디아사는 올해 봄 화재사고로 공장의 일부분이 소실된 바 있다. 호남석화는 할디아사의 요청에 따라 공장운영 기술자 파견했다. 기술자들은 할디아사의 나프타분해센터(NCC) 증설 및 정수 스케쥴 관리 및 모니터링 등 작업전반에 걸쳐 자문역할을 수행, 내년 1월 복귀할 예정이다.

호남석화는 또 지난 9월 CB&I 럼머스와 직원 위탁교육 계약을 체결해, 럼머스사의 인도 현지공장 23명을 대상으로 공장 운전원 교육을 실시했다.

호남석화는 공장운영 노하우 수출을 통해 올해에만 약 14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본부장은 "최근 유화기업들이 수출하는 기술노하우는 원천기술보다는 ABS 등 응용기술부문"이라면서 "이는 자동차 산업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요산업 있는 산업환경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유화업체들은 해외 기업들의 설비 신·증설에 따른 물량 공세에 대비,경쟁 업체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는 한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형 제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국내 유화업체의 기술노하우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중국의 여러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향후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총 규모는 82억 달러로, 이중 기술수출은 25억3000만 달러, 기술도입은 56억7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무역수지는31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2007년의 29억2500만 달러에 비해 2억 달러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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