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62년생)에게 내년은 의미가 깊다. 그가 태어났던 범띠해이자 통합 '팬택'이 출범하고 맞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2005년엔 SK텔레콤의 휴대전화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 팬택과 합병시킨 뒤 현재까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양사 체제로 운영해 왔다.
팬택계열 양사의 합병을 통해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휴대전화시장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내부 전열을 정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09년 한해 동안 박병엽 부회장은 정신없이 뛰었다.
지난 8월 2년여간의 설득과 협상 끝에 휴대전화 핵심칩 개발 기업인 미국의 퀄컴사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7600만달러를 자본금으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했으며, 9월에는 미국 특허전문회사 인터디지털(IDC)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378억원을 출자전환시켜 갚아야 할 부채를 자본화하는데 성공했다.
10월엔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죽을 만큼 일했고,죽겠다 싶었지만 죽지는 않더라"며 "보잘것 없는 실적을 과시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니다.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고 소감을 밝혔다.
이런 박부회장에게 범띠해인 내년은 올해보다 더 바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팬택과 함께 '제2의 도약'을 외치며 2013년 2500만대 판매·매출 5조원 목표를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팬택은 내년에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대표 선수도 정했다. 바로 구글 안드로이드폰이다. 내년 3~4월 국내 시장에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처음 내놓고 국내외에도 10종 이상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팬택계열은 휴대폰시장이라는 치열한 격전지에서 지난 18년간 쌓아온 기술, 품질,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 거대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해온 대표적인 기술중심의 제조기업”이라며 “한번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만큼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창업부터 성공, 좌절과 재기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박병엽 부회장이 내년 한해동안 어떤 모습으로 또다시 기업사에 남을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