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지역을 시작으로 전세계 저가 항공사(LCC)들의 빠른 성장세가 아시아지역에서도 거세져 이제 항공시장의 트랜드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저가 항공사들을 육성하고 또한 외국의 저가 항공사 유치에 힘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경쟁 상대국들은 저가항공사 전용터미널을 구축하는 등 나름대로 저가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진우 진에어 영업지원팀장은 "저가항공사의 경우 비용절감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형 항공사들과 동일한 터미널을 운영할 경우 경쟁에 어려움이 있다"며 "외국 저가항공사와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저가항공 전용 터미널 신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이어 중국도 전용터미널 움직임
아시아지역에서는 저가항공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가장 먼저 저가항공 전용 공항터미널(LCT-Low Cost Terminal)을 건설했다.
LCT는 출발, 도착 층의 구분이 없고, 탑승교가 없어 승객이 직접 걸어가 탑승해야 하는 등 꼭 필요한 기본 시설만을 갖추는 대신 저비용항공사들은 공항비용을 줄일 수 있고 승객들은 저렴한 요금이라는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실례로 버젯 터미널(Budget Terminal)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LCT는 지난 2006년 3월에 기존 창이국제공항 1,2,3 터미널 옆에 새로 완공됐다.
타이거항공과 세부퍼시픽, 파이어플라이 등이 이용하고 있으며 다른 터미널과는 셔틀버스가 운행하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LCT는 창이국제공항이 동남아시아지역의 허브를 지향하는데 주변 국가들로부터 장거리 국제선 이용승객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있는 저가항공 터미널(The Low Cost Carrier Terminal-KLIA)은 동남아시아 저가항공 터미널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싱가포르와 같은 해 문을 열었고 연간 1000만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다.
이진후 진에어 영업지원팀장은 "싱가포르공항과 쿠알라룸푸르공항에 있는 저가항공 전용 터미널은 기존의 대형공항에 전용 터미널을 만들어 승객 수요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저비용항공사 전용공항과 터미널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저우에 있는 신정공항이 중국의 첫 저비용항공사인 춘추항공을 입주시키면서 발빠르게 저가항공사 취항 유치전에 나섰다.
샤먼공항도 저비용항공중계센타를 구축해 춘추항공과 타이거항공, 세부퍼시픽을 유치, 중국에서 저가항공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고 이외에도 선양공항과 우한 텐허공항도 저가 터미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 인천공항은 계획 없어... 김포공항 대안 떠올라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저가항공 전용터미널이나 공항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3단계 확장 공사가 시작된 인천국제공항 역시 저가항공 전용터미널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김포공항을 저가항공 전용공항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포공항의 경우 비즈니스의 중심인 서울 수도권의 유용한 접근성 등으로 한·중·일 항공자유화와 관광·비즈니스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요금정책으로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저가항공사들이 활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 및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공항공사도 2025년까지 국내 첫 저가항공사 전용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밝힌바 있어 주변 여건도 갖춰나가고 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저가항공사 육성과 국내 및 단거리 국제선 여객수요 확충 차원에서 2025년까지 국내 유일의 저가항공사 전용공항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거 국내선 청사로 활용했던 이마트 건물을 LCC 전용터미널로 리모델링하고 격납고 및 계류장 등 저가항공 전용 정비시설을 2012년까지 화물터미널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진우 팀장은 "김포공항은 2003년 국제선을 재개통한 후 매년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공항공사의 마스터플랜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저가항공사는 물론 외국 항공사의 유치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