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62년생)은 자신의 띠이기도 한 2010년 호랑이해 첫 업무를 매우 색다르게 시작한다. 1월 4일 있을 한진해운 시무식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가 아닌 한진해운 부산신항 터미널에서 갖기로 한 것이다.
고 조중훈 회장의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후 2007년 한진해운 부회장으로 취임하며 경영에 참여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 회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고인이 된 남편에 이어 경영일선에 나선 유이(有二)한 인물이다. 그리고 모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의 길을 선택한 것도 현 회장과 닮은꼴이다.
2009년은 최 회장에게는 경영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시련의 시기였다. 올해 한진해운은 연간 경영적자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경기가 올 여름을 지나면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컨테이너 시황만은 회복세가 더뎌 내년에도 적자를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은 이런 주변 여건에 따라 내년 경영화두로 '수익보전'과 '내실강화'를 통한 '질적성장'으로 정했다.
그런가 하면 2009년은 최 회장의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의 길에 나선 원년이기도 하다.
한진해운은 최대주주는 5.53%를 가진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3.54%, (주)한진의 0.01%를 포함해 한진그룹이 9.08%를 보유,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쪽 지분은 조유경, 조유홍 등 두 자녀가 갖고 있는 3.14%와 최 회장 자신이 갖고 있는 2.36%, 재단법인 양현의 3.71% 등 9.21%다.
한진해운은 이달 1일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출범시켰다. 또 한진해운이 거래정지가 되기 며칠 전인 지난달 23일 자사주 320만주(3.62%)를 우호세력에 넘기는 등 한진그룹과의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도 이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전세계적으로 종합물류 기업 중 항공과 해운을 동시에 하는 곳은 없다”며 “일정한 로드맵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0년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시무식을 본사 강당이 아니라 첫 운항선이 들어오는 ‘현장’인 부산신항 터미널로 선택한 최은영 회장.
평범한 주부에서 한진해운이라는 국내 1위 해운사의 오너로 변신한 최은영 회장이 자신의 띠이기도 한 호랑이띠에 ‘질적성장’과 ‘독자경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