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뒀지만 아직도 서민 경제에는 온기가 돌지 않는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 총수들은 자택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신년 경영구상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시무식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사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연말연시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차분히 보내며 내년 사업구상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내년 경영방향에 대한 큰 틀을 확정하는 한편 경쟁업체들의 대대적인 반격에 맞서 대응방안을 점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연말연시를 '온가족'과 함께 보내며 신년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올해도 연말에는 트윈빌딩에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연초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내년 경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년 SK그룹의 경영키워드인 '중국'과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신성장전략 짜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우선 내년에 설립하는 중국통합법인을 앞세워 중국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서 중국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롯데 회장도 1월 초에 한국에 들어와 계열사의 업무보고를 받는 한편 그룹 경영현안과 사업보고를 받으며 경영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신동빈 부회장도 새해 휴일에 한남동 자택에 머물러 그룹 경영현황과 신년 사업계획을 구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내년 1월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0 국제가전쇼(CES)'에 맞춰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글로벌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들도 종무식을 생략하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필수 인원을 제외한 대부분 직원이 28일부터 31일까지 남아 있는 연차휴가를 쓴다.
이에 따라 성탄 전날인 지난 24일이 사실상 올해 마지막 근무일이었고, 전사 차원의 종무식도 진행하지 않는다. 시무식은 1월4일 이윤우 부회장, 최지성 사장, 이재용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다.
LG그룹도 별도의 종무식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시무식은 새해 첫 근무일인 1월4일 여의도 트윈타워 지하 대강당에서 전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열린다. 구본무 회장의 신년사가 예정돼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31일 오후 계열사별로 우수사원 시상과 다과회 등으로 이뤄진 종무식을 하고 1월4일 오전 양재사옥 대강당에서 시무식을 진행한다.
정몽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0년의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할 예정이다. SK그룹은 31일 계열사별로 다과회나 편안한 분위기의 회의 형식으로 조촐하게 종무식을 한다.
시무식은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 임직원 400여 명이 모여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신년교례회 형식으로 진행한다. GS그룹은 계열사별로 종무식과 시무식을 자유롭게 연다.
GS칼텍스의 경우 별도의 종무식은 없고, 시무식은 1월4일 오전 개최한다. GS리테일은 권위를 벗어던진 임원진의 장기자랑 등으로 꾸민 종무식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임직원들이 기증한 물품을 경매에 부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는 행사도 열린다.
두산도 그룹 차원의 종무식이나 시무식을 열지 않고, 매년 초 임직원들과 가족 및 신입사원이 참석하는 신년음악회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한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울산에 있는 본관 사내 체육관에서 종무식을 열고 시무식도 1월4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다.
포스코는 종무식은 부서마다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시무식은 1월4일 포항 본사에서 협력사 관계자까지 초청해 대규모로 열기로 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내달 4일 부산 신항 사무실에서 최은영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개최한다. 이 회사가 사업 현장에서 시무식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