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10년간 1兆 지원 '미소금융' 본격 가동

입력 2009-12-29 09:33 수정 2009-12-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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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현대차 · LG 등 재단 설립 마무리 … 수도권 편중 지적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에게 무담보로 사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미소금융'(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소금융은 일반 소액신용대출과 달리 창업 등 개인사업의 지원을 목적으로 해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포스코 등 주요 그룹은 이같은 미소금융재단 설립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번에 설립한 미소금융재단은 각 그룹들이 은행권과 별도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연내 미소금융재단 설립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5일 삼성미소금융재단 1호점을 수원서 개소했으며 삼성 계열사들이 매년 300억원씩 앞으로 10년간 출연하는 총 3000억원을 재원으로 운영한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18일 서울 경동시장에서 '현대차미소금융재단' 현판식을 열고 서민 지원에 나섰다.현대차그룹은 연간 200억원씩 10년간 총 2000억원을 출연해 미소금융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LG그룹과 SK그룹은 각각 21일과 23일 'LG미소금융재단'·'SK미소금융재단' 을 설립했다. 두 그룹 모두 각 계열사에서 매년 200억원씩 10년간 총 2000억원을 출연해 저신용자 지원에 나선다.

포스코은 지난 24일 포스코미소금융재단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100억원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총 5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오는 30일 롯데미소금융재단 1호점을 개설하는 롯데그룹도 올해 50억원을 포함, 향후 10년간 총 5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의 이번 미소금융재단 설립으로 올해 1050억원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1조원이 서민금융지원에 쓰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노하우를 활용,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자금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변호사·회계사 등 SK 임직원으로 구성된 전문자원봉사단인 'SK프로보노'를 통해 각종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포스코 역시 대출 사업뿐 아니라 서민계층의 사회·심리적 자립을 돕기 위해 사내 변호사를 활용한 법률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창업실무와 사업운영 노하우를 가르치는 상인학교를 운영하고, 구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세 소상인의 사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저소득층에 대한 취업정보 및 직업훈련교육 정보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소금융사업은 우리 사회와 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서민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뜻 깊은 사회공헌 활동"이라며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기업과 국민 모두가 잘 살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잇따라 미소금융재단을 출범했지만 실제 혜택까지는 거쳐야 할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창업자금을 빌리려면 창업에 들어가는 자금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예컨대 창업에 총 5000만 원이 든다면 2500만 원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거나 그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대출 상담원에게 보여줘야 나머지 자금을 미소금융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삼성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50% 룰'을 몰라 발길을 돌린 대출 신청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행 초기인 만큼 규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빨라야 내년 1월 첫 대출 사례가 나올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이와 함께 수도권 지역에 지점이 집중된 것도 설립 효과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차(경동시장), SK(대림동), 포스코(화곡동), 롯데(남대문시장) 등 5개 그룹이 서울에 미소금융재단 사무실을 냈고 삼성만 수원을 거점으로 삼았다. 수도권에 집중 편중된 것이다.

살고 있는 곳이나 일을 하는 지역에 미소금융재단이나 지점이 없으면 대출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을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보효과가 높고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미소금융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지방에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자들이 많은 만큼 기업의 주요 사업장을 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꼼꼼한 대출심사 등을 거쳐 실업자나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이 기금의 도움으로 자활에 성공하고 대출금을 갚는 '모범 사례'들이 계속 나오면 다른 기업에까지 미소금융 사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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