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받은 이건희 전 회장 향후 행보는? (종합)

입력 2009-12-29 11:47 수정 2009-12-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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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참관 등 점진적 경영행보 전망…콘트롤타워 부재 해소 될 듯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결정되면서 삼성전자를 앞세운 삼성의 오너경영체제 복귀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건희 전 회장의 단독 특별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전 회장의 사면 이유로 꼽은 것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으로 현재 정지중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삼성 비자금' 특검을 거쳐 재판이 진행중이던 지난해에 IOC에 스스로 IOC위원 자격 정지를 요청해 현재 '일시 자격 포기' 상태에 있다.

체육계에서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IOC위원 자격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면서 이 전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었다. 이에 따라 31일 사면이 예상되는 이 전 회장은 IOC위원으로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도“정부의 사면 결정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평창올림픽 유치 활동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사면은 국내 경제와 삼성그룹의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이 전 회장의 사면을 통해 금융위기의 터널을 통과한 한국 경제가 내년 본격적인 내년 본격적인 도약을 하기 위해서 이 전 회장과 같은 재계 원로를 중심으로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귀남 법무장관은 이 전 회장의 사면결정을 발표하면서“각계각층의 청원을 반영하는 한편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번 조치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뿐만 아니라 경제계의 요구도 고려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경제계에서 이 전 회장의 사면을 요청하고 정부 결정 직후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회장의 사면 요청을 경제5단체의 성명으로 이끌어내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대한상공회의소는 사면 결정 발표 직후“이건희 전 회장은 우리 경제 발전에 더욱 큰 기여를 해 주기를 바라며 특히 IOC위원으로서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논평을 냈다.

또 삼성그룹은 이번 이 전 회장의 사면을 계기로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이행에 더욱 힘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31일을 기점으로 사면이 이뤄진 후 경영일선이 바로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다만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행보 역시 경영일선 복귀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지난 삼성특검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에서 손을 뗀 이 전 회장은 이번 사면으로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그룹 회장으로 나서지는 않더라도 등기이사로서 책임을 갖고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이 전 회장은 경영 보폭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우선 이 전 회장은 새해 초 미국을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1월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0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는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로 스티브잡스, 빌게이츠 등 IT거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내년 세계 가전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 전 회장은 최근 2년 동안 참석을 못했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이 전 회장의 내년 소비자가전전시회 참석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매년(이 전 회장이 소비자가건전시회에) 가시는 것에 대비해 왔고, 이번에도 회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비자가전전시회에 참석하게 되면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대법원 확정 선고 이후 처음으로 외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셈인데,사면복권을 통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전전시회에 이 전 회장 참석하게 되면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동행하게 되는 것이어서 오너경영 복귀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기인사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에 본격 합류한 이재용 부사장에게 이 전 회장이 현장에서 직접 경영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에게 경영노하우를 전했던 방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새해를 앞두고 최지성 사장 단독CEO체제를 꾸리면서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난 이후 단행했던 독립경영체제에 변화를 꾀한바 있다. 이재용 부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지성 사장의 단독 CEO체제를 통해 오너경영 복귀를 위한 카펫을 깔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재계 한 인사는“이 전회장의 사면복귀로 삼성이 앞으로 전략적인 투자 결정을 하는데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면서 “내년 극적인 성장기를 앞두고 콘트롤타워 부재라는 삼성의 약점이 어떻게 극복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이 1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출 기준으로 IT 분야에서 세계 2위인 휴렛패커드(HP)를 제칠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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