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일가의 해외 부동산 취득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을 일주일도 채 안돼 2번이나 소환 조사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할 뜻이 없음을 밝혔던 검찰의 입장을 감안할 때 이같은 행보는 갑작스럽다는 것. 따라서 검찰의 효성그룹 수사 재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효성그룹 일가의 해외부동산 취득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 28일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조 사장은 28일 오전 9시경 검찰에 출석해 14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오후 10시 55분께 귀가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4일 조 사장과 함께 조 사장의 동생이자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 전무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조 사장 등이 고가 부동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재산의 불법 유출이나 편법 증여가 있었는지 여부다.
재미교포 안치용씨가 지난 10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조 사장이 2002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변의 고급빌라 1채를 450만달러에 샀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후 안씨와 민주당 측이 자체 조사해 내놓은 효성 관련 미국 부동산 거래는 모두 13건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장남인 조 사장과 3남인 조현상 전무가 개입한 7건부터 거래 과정과 소유관계, 자금 조달 경위를 확인해 왔다.
반면 나머지 6건의 거래는 시기가 많이 지난데다 소유권이 대부분 효성아메리카에 있어 조사의 우선순위에서는 잠시 밀린 상태다.
검찰은 효성 일가의 해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혐의 확인에 방점을 두기보다 사실관계 부터 우선 파악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동안 조 사장 등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재산 해외유출 및 편법증여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검찰은 안씨의 폭로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히지 않았으며 국회의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효성그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뜻이 없음을 밝혀 대통령 사돈기업 봐주기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따라서 그동안 각종 의혹에 침묵했던 검찰이 효성그룹 수사를 전격 재개한 것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서 산 부동산이 많아 조사할 분량이 많아 두 차례 소환 조사가 진행됐다"면서 "이번 조사는 의혹의 실체를 빨리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 관련 여러 의혹이 속 시원히 해소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