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독배' 마신 금호아시아나의 영욕의 3년

입력 2009-12-30 19:19 수정 2009-12-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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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차입으로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등 몸집 불리기가 원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풋백옵션 해결을 위해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매각에 실패하자 30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을 통해 자체 경영정상화 해법을 선택했다. 이번 금호아시아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룹 과도한 차입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따른 결과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금호아시아는 재계 순위 5위권에 100년 영속기업을 만들겠다며 대우건설,대한통운 등 알짜기업들을 인수했지만 결국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 넣은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고 말았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 자산관리공사로 부터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4255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자금의 절반이 넘는 3조5000억원을 금융권 등으로 부터 조달했다.

이어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면서 물류라이벌인 한진그룹을 따돌리고 재계 순위 8위로 올라섰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로 몸집은 크게 불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풋백옵션은 금호아시아나를 유동성 위기로 빠뜨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빌리면서 대신 3년 뒤인 2009년 12월 15일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2500원이 안 되면 주식을 되사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대우건설 주가는 급락했고 결국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는데 4조원 이상이 필요하게 됐다.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풋백옵션 손실 우려와 계열사 영업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지난 6월 1일 계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또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호아시아나는 3년이 채 안돼 대우건설을 재매각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매각과정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참여가 전무했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모펀드 두곳이 결정되고, 산업은행이 매각 주관사에서 빠지면서 매각 불발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뿐 아니라 금호터미널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은 물론 금호생명, 금호렌터카까지 알짜베기 계열사들을 모두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형제의 난'은 그룹 신뢰도 하락은 물론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를 부추긴 꼴이 됐다.

대우건설 등 M&A에 대한 책임론과 계열분리, 3세 경영체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발생한 형제간 다툼은 결국 두 사람 모두 동반퇴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결정하면서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을 요구했다. 경영권은 유지시켜 주겠지만, 무리한 확장에 따른 그룹의 위기를 불러온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지주회사인 금호석화를 워크아웃에서 제외해 주는 등 금호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만큼, 오너일가가 그룹 지배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승리의 노래'를 부른지 불과 3년만에 계열사 두곳을 워크아웃 시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향후 어떻게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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