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제 핫이슈]기업간 합종연횡·녹색경영 확산

입력 2010-01-04 08:32 수정 2010-01-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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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합병시장 재점화...G20·종편방송 출범도 관심

기업들에게 2009년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고 내실을 다지는 한 해였다. 하지만 경인년 새해는 상황이 다르다. 내실경영으로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생존과 변화, 질적인 성장을 위한 적극적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동차와 신소재, IT와 조선 등 이종(異種)산업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맞선 전략 등 녹색바람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또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기업 인수·합병(M&A) 등 공격경영이 본격화되는 한편 종합편성채널 등장, G20 개최 등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굵직한 사안들도 앞두고 있다. 7대 관전 포인트를 통해 2010년 경인년 한국경제의 이슈를 짚어봤다.

◆이종산업간 결합 가속

국내 기업들의 올해 경제 이슈 중 하나는 융·복합이다. 대표적인 유·무선 통합 뿐만 아니라 통신과 금융, 자동차와 신소재, 의료와 바이오, IT와 조선 등 이종산업 간 새로운 결합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종산업간 결합은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거나 문화를 바꾸는데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기까지 한다.

국내 최대 통신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은 올해 통신시장의 최대 이슈로 '데이터 폭발(Data Explosion)'을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이 유·무선 통합을 넘어서는 데이터 시장의 확대,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 기업 근무환경 혁신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또 전열 재정비를 마친 KT와 SK,LG 등 통신 빅3 간 유·무선 통합 서비스 경쟁은 연초부터 시장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과 유·무선전화, IP(인터넷)TV가 결합한 신(新)서비스 개발 및 가격 경쟁이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하드웨어끼리의 통합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비스까지 하나로 묶는 형태의 컨버전스가 산업계 곳곳에서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이 티타늄,리튬 등 첨단 소재 사업을 확대하면서 전자 및 석유화학업계 등과의 사업영역 경계도 조금씩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도 대형 선박 건조 과정에서 IT(정보기술) 부문과의 융·복합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산업계 곳곳에서 융·복합 바람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법과 제도정비에 나서, 올해 안에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기존 업종별 칸막이식(式) 법체계로는 새로운 융합제품 및 서비스 활성화 지원에 한계가 있다"면서 "융합화 속도에 뒤쳐지지 않고, 융합신제품 출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법률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본격화…녹색바람 지속

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바람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이제 더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과 성장, 산업과 에너지의 문제인 만큼 정부 정책이나 기업 경영전략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경제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0년 배출전망치대비 30% 감축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달성과 에너지소비증가율 3%대 관리를 위해 지경부가 강도높은 에너지사용량 관리와 온실가스 규제에 나서기로 한 만큼 '온실가스 감축'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바뀌었다.

특히 지경부가 녹색위원회 등과 협의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되 부문별·산업별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할당계획을 담은 '2020 온실가스 감축 마스터플랜'을 올해 하반기 수립키로 해 녹색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한 코펜하겐 합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협상이 올해 초부터 재개돼 멕시코시티 총회에서의 최종 합의에 이를 때까지 일년내내 경제를 뒤흔드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태양광·풍력·수력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그리고 LED조명 등 지난해 신성장동력 확보 전략과 맞물려 기업들에게 불었던 녹색바람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2010년에도 한국경제를 뜨겁게 해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어떤 녹색전략을 갖고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세 경영인들의 광폭 행보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신세계 등 주요 그룹들이 올해 공격 경영을 위한 경영진 재편을 마무리했다.

특히 각 그룹 창업주의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올 한해 행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은 오너 경영인들이 신사업 발굴과 공격 경영을 전면에서 이끌 것이라는 관칙을 내놓고 있다. 공격 경영 시기에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앞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ㆍChief Operating Officer)로 삼성전자의 7개 사업부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일을 맡게 됐다. 타이틀은 부사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장들을 조율할 수 자리인데다가 대외적으로는 최고경영자(CEO)에 버금가는 자리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도 지난해 11월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을 그룹의 주력사인 신세계의 총괄 대표이사로 임명하고,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과장은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치고 최근 LG전자로 복직,주요 부서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위기 극복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선 권한을 가진 대주주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 고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자산보다 빚이 많아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드러난 대기업들이 올해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도 계속 죄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말로 종료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운영 시한을 연장하고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부터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하기 위해서다.

대기업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 기준도 개선한다. 영업실적 뿐 아니라 현금흐름, 업종별 특성 등 질적 잣대도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실 책임이 있는 기업 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악용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도 도입키로 했다.

따라서 기업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있는 대기업들이 계열사 매각과 자본조달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다시 성장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부메탈을 상장하고 농업 부문(옛 한농화학 등) 및 유휴 부동산을 팔아 반도체 부문의 독자 생존 기반을 닦는다는 구상이다.

GM대우자동차는 올해 7월께 준대형 세단 VS300을 출시하는 한편 국내외 판매 네트워크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총 7조7000억원(2008년 말 기준) 선인 총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차 판매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17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강제인가를 받아 회생 절차를 추진 중이다.

◆M&A 재점화

올해는 인수·합병(M&A)의 해가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등 대형 알짜 매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국내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포스코다. 포스토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한다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인수 의향 철회로 매각이 불발됐던 하이닉스도 올해에는 어떤 형태로든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도 M&A를 통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이 진행되면 국내 금융권 전반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대형 알짜 매물들이 한번에 몰리면서 재계에서는 매각 시기를 조절하고 맞춤형 매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형 M&A로 향후 재계 판도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자금 여력과 의지로 볼 때 인수 후보 기업들이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는 점도 M&A시장의 향배를 알기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 매물들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격 도약

올해는 성숙한 세계국가(Global Korea)를 향해 '대한민국호'가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20 정상회의 유치 등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와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이미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과거 올림픽,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가 우리나라의 인지도와 위상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던 만큼 G20 정상회의를 여는 올해는 한국의 이미지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릴 절호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10년 외교부의 주요 업무와 관련, "G20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국격을 제고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외교분야의 실천계획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11월에 열릴 예정인 제5차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부는 벌써부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제5차 G20 정상회의 개최도시를 서울로 최종 확정하고 사공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국가브랜드위원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한 별도의 홍보 사업을 연중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시민되기' 10대 실천과제를 제정해 전국민 차원에서 권장하고 G20 깃발과 공원, 거리 등을 지정하는 'G20 브랜딩' 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종합편성채널 등장…미디어빅뱅 가시화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앞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후속작업이 진행되면서 올해 중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등이 이뤄지면 '미디어빅뱅'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종편채널은 신문·방송의 겸업,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방송 콘텐츠 경쟁 등을 앞당긴다는 측면에서 올 한해에 미디어 업계를 뜨겁게 달굴 주요 이슈다.

특히 종편채널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하나이지만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를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나 영향력에서 기존 지상파채널에 버금간다.

정부도 신규 종편채널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방송진출을 노리는 주요 신문사는 종편채널을 타깃으로 삼아 사업자 선정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민영미디어렙 도입도 방송계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핵심 이슈다.

민영 미디어렙은 방송광고 요금이 자율화되고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시장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 방송시장의 실질적인 구조개편을 가져올 단초가 된다.

민영 미디어렙 사업자수나 소유지분제한 상한선, 종합편성채널 포함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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