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시장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계 조선업계 1, 2위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고 있어 조선업계의 방향성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탱커의 중고선가가 크게 올랐고, 벌크도 핸디사이즈(Handysize, 2만5000~3만톤급)는 4.4% 상승했다. 또 발틱해운지수(BDI)가 5.1% 상승한 3299p를 기록했고, 초대형 유조선(VLCC) 용선료도 8.1% 상승했다.
기저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벌크, 탱커, 컨테이너 시황의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주식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지난 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주대비 9.9% 상승했고,현대중공업도 5.9% 상승했다.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도 각각 3.1%, 3.7%, 5.7% 올랐고, STX엔진도 5.5% 상승했다.
교보증권 최성식 책임연구원은 "조선업종 저평가 원인이었던 수주잔량 훼손 리스크와 수주 모멘텀 부재의 리스크 요인이 지난해 말부터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조선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로 인지하고 있다"면서 "벌크, 탱커 등의 물동량은 턴한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시장의 정상화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물량 회복이 전성기에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고, 특히 수익성이 하락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2008년도 수준의 매출은 가능하겠지만 발주량이 충분하지 않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세계 조선업계 1,2위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전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이들 업체들이 ‘수익을 꾀할 수 있는 시장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수주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현재가) 정상적인 조선 시장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가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수주를 정상적으로 하는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선박은 경기회복과 해운시장이 먼저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지금 상황에서는 (수주에 뛰어들지 않고) 버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도 아직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상선의 경우 수주가 언제쯤에나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대상자로 선정된 특수선과 크루즈선의 본계약이 올해 상반기 중에 체결될 예정이어서 수주소식을 조만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굳이 시장가격이 좋지 않은 올해 초부터 수주전에 나설 만큼 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에 LNG-FPSO 건조 및 장기공급을 위한 독점적 계약자로 선정됐고, 11월에는 미국의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사가 실시한 11억달러 규모 크루즈선 건조입찰에서 계약대상자로 단독 선정된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것인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현재 수주잔량의 99%가 탱커나 컨테이너선 등 상선에 집중돼 있는 현대중공업이 수주전에 팔을 걷어 부치면 '조선 시장이 회복되거나 수주잔량 확보가 급해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은 백로그(수주잔량)가 긴 편이고, 2012년까지 장기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할인 수주의 필요성이 적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말부터 백로그를 늘렸는데, 다음은 현대중공업이 움직일 것으로 본다"면서 "원전과 플랜트에 비해 올해 조선분야의 성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백로그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우리 회사의 수주잔량은 932만 8222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세계 1위"라면서 "2년 6개월 정도의 일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