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세단에 내려앉은 쿠페 DNA, 폭스바겐 CC 2.0 TDI

입력 2010-01-25 18:57 수정 2010-01-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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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그먼트 버스터

◆ 장르를 파괴한자! 살아남을지어다

21세기는 '자동차 장르 파괴'의 시대다. 남들과 비슷한 차는 경쟁에서 가볍게 밀린다. 반대로 너무 튄다 싶으면 곧바로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결국 두 가지 이상의 콘셉트를 하나의 차에 담는 것만이 살길이다.

이렇듯 기본 장르를 벗어난 차를 가리켜 '세그먼트 버스터(Segment Buster)'라 부른다. 세단같은 해치백, 수퍼카를 추월하는 SUV, 날렵한 미니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세그먼트 버스터는 차를 개발하고 만든 메이커에게,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자 모험이다. 바로 오늘 폭스바겐의 도전과 우리의 모험이 이 자리에서 만난다. 바로 폭스바겐 CC다.

▲날렵한 디자인 속에는 고성능 버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다
◆ 4도어 세단과 쿠페의 절묘한 조합

독일 현지에선 파사트 CC로 불린다. 파사트를 베이스로 만든 덕에 곳곳에 그의 아우라가 피어난다. 밑그림을 지워낼 수는 없음은 물론 폭스바겐답지 않은 과감한 스타일 탓에 첫 인상은 받아들이기 부담스럽다.

이름은 컴포트 쿠페(Comfort Coupe)를 상징한다. 4도어 세단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지녔으되 쿠페 스타일의 스포티함을 담았다는 의미다. 몇 걸음 떨어져 눈을 지그시 감고 바라보면 제대로 된 쿠페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에선 그냥 CC라고 부른다. 우리까지 독일 네이밍법칙을 따라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파사트와 차별화를 내세워 윗급 페이톤과의 사이를 메우려는 폭스바겐 코리아의 의지도 담겼다. 잘 지은, 게다가 더 없는 이름이다.

◆ 보디 곳곳에 쿠페의 아우라 풍겨

앞 범퍼에서 시작해 유려하게 흐르는 루프 라인은 고스란히 트렁크로 빨려 들어간다. 이제껏 날렵한 폭스바겐은 본 적이 없다. 대부분 크고 육중하거나, 작고 암팡진 친구들이 많았다. 이제 그 선입견도 바뀔지 모른다.

윈도 프레임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도 쿠페다운 터치다. 파사트보다 길고 넓어졌으나 높이는 되려 낮췄다. 그럼에도 차에 오르내릴 때에는 전형적인 세단처럼 편하다.

5인승을 거부하고 독립식으로 구성된 4인승 시트 역시 암묵적으로 쿠페임을 강조한다. 옆구리를 탄탄하게 떠받드는 버킷 시트와 낮게 자리한 시트 포인트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 직분사 방식 2.0 TDI 엔진으로 최고출력 170마력

▲보디 전체를 빵빵하게 부풀려 한결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엔진은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최고출력 170마력짜리 직분사 방식의 2.0 TDI다. 여기에 맞물린 변속기는 6단 DSG. 낮은 회전수에서 토크의 대부분을 뿜어내는 엔진 덕에 고회전까지 펑펑 올라가지 않아도 일찌감치 변속이 이뤄지며 튀어나간다.

6단 DSG는 충격없는 변속이 일품이지만 기어를 바꿔 탈 때마다 절도있게 오르고 내리는 회전수 게이지가 시각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쇼크로 다가온다.

수동기어처럼 직접 클러치가 맞물리는 구조 덕에 연비와 출력에 손실이 없다. 엔진이 담고 있는 출력을 모조리 흩어 뿌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은 1분당 엔진 회전수 4천rpm을 넘어서기 버겁다. 폭스바겐 TDI는 이를 5천rpm까지 확장했다.

주행감각과 승차감도 버튼 하나로 조절한다. 표준을 중심으로 스포츠와 컴포트 등 3단계로 나뉜다. 시승 결과 일반 주행에서 표준 모드(2단계)를 고수하다, 고속에 올라서면 탄탄한 스포츠(3단계)모드를 선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

◆ V6 2.5리터와 맞먹는 성능, 그리고 경차수준의 연비

▲인테리어는 베이스 모델인 파사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계기판에 순간순간 드러나는 현재 연비는 경쟁심을 부추긴다. 순항 때는 '조금 더'를 읊조리며 연비에 신경을 쓰게 된다.

시속 110km, 그리고 6단 기어와 맞물린 회전수는 2천rpm…. 디젤답지 않은 조용한 고속주행이 이어지는 동안 계기판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순간연비 '22.8km/L'를 나타낸다.

이 상태를 고수한다면 항속거리는 1200km나 된다. 좋은 연비는 그만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급가속을 부추긴다.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아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한가한 틈을 타 재빨리 시프트 레버를 수동으로 바꾸고, 5단으로 잡아당긴 다음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짓눌렀다. 순간, 시트 깊숙이 온몸이 파묻히면서 주변풍광은 조용히 무너져 내린다.

차는 순식간에 최고속도까지 빠르게 그리고 맹렬하게 치고 올라간다. 중속 이후 파괴력은 V6 2.5리터 휘발유 엔진과 맞먹는다. 빵빵한 순간 토크 역시 일반 2.0 디젤을 저만치 따돌릴만큼 맹렬하다. 그럼에도 연비는 경차 수준이다.

▲독립식 4인승 시트는 쿠페의 DNA다
◆ 어깨뼈까지 짜릿한 핸들링 머신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바꿔두면 차는 진짜(?) 쿠페가 된다. 이리저리 트위스트를 춰봐도 앞바퀴는 탄탄하게 바닥을 짓누른다.

코너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게 된다. 파사트에 비해 늘어난 오버행이 앞 타이어를 적당히 짓눌러준다.

코너에선 머릿속에 그려놓은 회전곡선을 충직하게 따라도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코너가 연속적으로 휘감긴 와인딩 로드를 가볍게 집어삼키다보면 어깨뼈까지 짜릿한 전율도 느낀다.

낮은 무게중심과 시트 포인트 역시 기본 모델인 파사트와 전혀 다른 세계다.

브레이크 답력은 부드러우면서 깊다. 페달을 밟으면 제동력의 정점에서 용수철처럼 솟아나오려는 성질이 강하다.

제동력은 정확하고 노즈 다운도 심하지 않다. 맞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UV가 이런 특성을 지녔었다.

CC는 아랫급 파사트에 없는 다양한 편의장비를 몽땅 갖추고도 가격은 2.0 TDI를 기준으로 5040만원이다. 편안한 세단과 날렵한 쿠페…, 이 2대를 거머쥘 수 있는 가격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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