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이달 들어 국채발행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상, 신규대출 억제 지시 등 출구전략을 실시하면서 한국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8일 1711.78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빠져 27일까지 86.30포인트가 빠지는 등 영향이 미치고 있다.
중국의 출구전략에 맞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이 출구전략 실시가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출구전략을 늦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중국의 출구전략은 “단기적으로 원화가치 동반상승, 수출감소, 자산가격 변동성 증대, 성장둔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응책이 마련되기까지 출구전략 실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출구전략 본격 실시
중국 정부의 출구전략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중앙은행은 지난 7일 3개월 만기 국채 발행 금리를 0.04% 인상한데 이어 12일 1년 만기 국채 발행 금리도 0.08% 올렸다. 또 18일에는 은행지급준비율도 0.5% 높인 16.0% 인상했다.
또 중국정부는 은행들의 신규대출도 억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이달 30일까지 신규대출을 중단키로 했고 원자바오 총리도 19일 개최한 국무원 4차 전체회의에서 신규대출 부실위험 관리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정부가 출구전략을 본격실시하게 된 이유는 중국이 다른 신흥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신규대출이 급증, 통화량 확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 가격버블 우려 등 복합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우선 2008년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한 후 2009년 연간 신규대출이 9조6000억 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들어 1월 첫주에만 6000억 위안을 넘어섰다.
대출이 증가하면서 통화량도 급증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통화량 증가율은 2008년 10월에 전년동기 대비 14.9%를 기록한 후 꾸준히 증가해 2009년 11월 현재 29.6%로 급등했다.
높은 경제성장도 중국경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경제는 작년 1/4분기 6.2%를 시작으로 4/4분기 10.7% 성장률을 기록, 연평균 8.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을 넘는 경제성장과 통화량 급증에 다라 소비자 물가도 급등, 작년 1월에 전년동월대비 0.6% 증가세로 전환한데 이어 12월에는 1.9% 급증하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경기회복이 주가 상승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출구전략을 앞당긴 이유다.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이달 22일 현재 3126.6까지 회복해 전저점인 2008년 11월 14일의 1740.0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택가격지수 역시 베이징 지역의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작년 3월 98.7로 2008년 1월의 111.3보다 12.6포인트 하락했지만 작년 12월에는 109.2를 기록, 전저점대비 10.5포인트 상승했다.
◆ 영향 최소화 위해 한국 출구전략 늦춰야
중국의 출구전략 실시로 한국경제는 원화가치 동반 상승, 수출감소, 자산가격 변동성 증대, 성장둔화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중국정부의 이른 출구전략은 근본적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빠른데 따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경제성장 둔화, 원화 가치 상승, 수출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위안화가치가 상승하면 한국 등 신흥아시아에 통화 가치 절상 압력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원화가치도 동반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중국의 수출 감소가 대중국 및 대세계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대중수출이 위축되면 한국 내 출구전략 압력이 증대돼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
임 연구위원은 “중국의 출구전략 실시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이로 인한 중국 수출감소에 따라 한국의 경기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출구전략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위해 외환시장 안정, 수출선 다변화, 국제자금 동향 모니터링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임 연구위원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책마련,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출증대 노력과 함께 자산시장 침체를 막기 위한 연기금 등 자산시장의 국내 수요기반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의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먼저 시행한 만큼 서두르지 말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고용부진, 가계부채 등 불안요인이 잠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출구전략은 경제활력 저하를 동반하기 때문어 국내 출구전략 시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