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건설에 대한 6년 짝사랑이 올해는 결실을 맺을까.”
시공능력 1위의 건설사인 현대건설에 대한 매각절차가 빠르면 올 상반기 중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그룹에 인수될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할 신성장 동력"이라며 "언젠가 매각이 시작될 때 차질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인수를 통해 현대가의 적통성을 인정받는 한편,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면 채권단과 협의해 곧바로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PEF로 올 상반기 중 매각이 예정돼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우건설 FI와의 협의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형식적인 매각절차는 1분기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2009년 11월 기준으로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건설 지분 11.15%(1239만3985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건설은 정책금융공사 비롯해 외환은행(8.75%), 우리은행(8.60%) 등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약 35%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지분 35%의 가격은 2조5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3조원 이상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3조원 가량만 있으면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매물이 많아 여건을 봐가며 현대건설 지분 매각 일정을 잡아야 한다”면서도 “어쨌든 대우건설 매각이 마무리되면 현대건설 지분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온다고 해서 현대그룹의 품에 안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대건설을 제외한 대형 매물이 많은데다 최근 현대그룹의 자금상황도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8년 해운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13조원대 매출과 약 7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지난 2008년 7월과 12월 각각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중단되면서 대북사업 관련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그룹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상선도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 손익 기준 4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는 등 형편이 녹녹치 않다.
현대그룹과 달리 현대건설은 6년 만에 시공능력 1위 자리를 탈환한데 이어 지난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매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연말에는 단군 이래 최대의 해외사업 수주라고 일컫는 UAE 원전공사에서도 건설부문 주간사로 참여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대내외 상황과 현대그룹의 자산규모 등을 감안하면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협의회 지분 35%를 다 인수하지 않더라도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지분은 25%,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2조1000억원 가량”이라며 “이 정도 자금을 현대그룹이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고, 시나리오별로 인수 전략을 이미 수립해 놨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이미 2004년부터 T/F팀을 구성해 현대건설이 M&A시장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인수자금도 자력으로 되지 않을 경우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