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 한솔제지에 대한 오너일가의 총 지분이 7% 미만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
따라서 한솔그룹의 지배구조는 궁극적으로 대주주가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결국 한솔제지의 지분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향후 오너일가의 직접 지분 매입과 계열사간 지분 정리 등을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3남 조동길 회장 경영권 승계
한솔그룹은 한솔제지를 기반으로 한솔화학, 한솔개발, 한솔건설, 한솔유통 등을 설립했고 1995년 들어서는 한솔LCD, 한솔포렘, 한솔상호저축은행, 한솔케미언스 등을 설립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IMF 이후 과도한 차입금 부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을 실시, ▲1999년 한솔무역 청산 ▲2000년 한솔엠닷컴, 한솔월드폰 매각 ▲2001년 한솔아이홀딩스, 한솔아이벤처스, 한솔텔레콤, 한통엔지니어링, 펜아시아페이퍼코리아를 계열분리 ▲2002년 한트라를 계열분리 등을 추진했다.
한솔그룹의 후계구도는 구조조정 전에 그룹의 주요 사업이었던 정보통신·제지·금융부문 중 장남인 조동혁 명예회장이 금융부문을, 차남인 조동만 회장이 정보통신부문을, 3남인 조동길 회장이 제지부문을 담당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으로 핵심사업이 제지(한솔제지) 및 전자(한솔LCD)가 남게 됨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도 자연스럽게 3남인 조동길 회장이 승계했다.
◆ 조 회장, 한솔제지 지분 3.23%…지배구조 취약
주력계열사들의 최대주주인 한솔제지는 한솔그룹의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핵심축이다.
한솔제지는 한솔EME(환경·플랜트·에너지) 지분 51.6%를 비롯, 한솔건설 99.5%, 한솔홈데코 47.6%, 한솔개발 86.0%, 한솔PNS 45.77%, 서울지류유통 52.5%, 한솔라이팅 49.9%, 아트원제지 46.7%, 한솔LCD 11.5% 등 9개 회사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특히 한솔그룹은 한솔제지를 시발점으로 '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한솔제지'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부실의 악순환이 이어져 중기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실제로 한솔제지는 지난해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0% 증가한 507억원으로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4.3%로 지난 2003년 4분기 이후 사상최대치다. 그러나 양호한 실적과 한솔개발, 아트원제지 등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솔건설의 대규모 대손상각으로 인해 149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한솔그룹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너일가의 지분비율을 높여야 하는 문제점도 남아있다. 현재 이인희 고문 3.51%, 조동길 회장 3.23%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6.92%에 불과해 자칫 그룹의 지배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취약한 지배구조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부실한 실적으로 자회사들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룹의 주력사업 LCD 육성
한솔그룹은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LCD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솔건설이 보유한 지분을 한솔제지로 매각하면서, 한솔LCD의 최대주주가 한솔제지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솔LCD는 대주주에 대한 신뢰감 상승효과를 얻었으며, 향후 신용평가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또 한솔LCD의 부품 계열사 한솔라이팅은 지난해 8월 무상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해소하고, 유상증자(260억원 규모)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한솔라이팅의 유상증자에는 기존 주주인 한솔LCD, 한솔CSN 한솔EME가 참여했다.
올해 한솔LCD의 영업환경은 LCD업황호조, 전방업체의 LED·LCD TV에 대한 공격적인 판매 목표 등을 감안할 때 우호적이다. 특히,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해외 자회사들의 본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이 영업이익으로 반영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솔건설 부채상환 능력 강화
계열사 부실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솔제지는 지난해 3분기에 자회사 지분에 대한 감액처리를 통해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솔건설에 대한 장부가는 약 438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에 한솔제지는 추가 상각처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한솔제지는 한솔건설에 대한 유상증자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한솔건설도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최근 관급공사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200억원 가량의 현금확보를 통해 부채상환 능력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솔홈테코와 한솔LCD 지분매각으로 2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부채상환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한솔제지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추가적인 상각여부와 구체적인 상각내역 등 자회사인 한솔건설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해결하기 전까지 한솔제지에 대한 근본적인 업황전환은 아직 이르다는 보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제지-유통-패키징' 수직계열화
한솔PNS는 한솔그룹 및 일부 공공기관의 IT 아웃소싱 수주를 기반으로 하는 IT 서비스 업체로 출발했다. 지난 2008년 6월 대영인쇄를 인수하며 패키징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한솔그룹이 2007년 인수한 서울지류유통과의 흡수합병을 진행중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지류유통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패키징 소재공급을 통해 패키징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형화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편, 한솔제지는 지난해 11월 5일 일진페이퍼 지분 31%를 70억원에 인수해 기존 지분과 합쳐 총 51%의 지분을 확보했다.서울지류유통에 이어 지류유통 2위인 일진페이퍼까지 인수했고 향후에도 1~2개의 추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 임원인사 ‘영업전문가 출신 기대해볼까’
한솔그룹이 지난해 11월27일 영업통 출신의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경영실적 개선을 위해 전문영업인 출신의 수장을 내세운 것이다.
한솔제지와 한솔CSN 대표이사에 각각 오규현 영업생산총괄 사장과 김성욱 영업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신임 대표들은 삼성·한솔그룹에서 영업부서를 진두지휘한 마케팅 전문가들이다. 오 대표는 지난 1977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한솔제지와 팬아시아페이퍼를 거쳐 한솔홈데코 대표를 역임한 후 한솔제지 영업생산을 총괄해왔다. 김 대표는 Fu삼성물산 해외사업개발 프로젝트 담당임원 상무를 역임한 삼성가 출신이다.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임원인사인 만큼 올해 한솔그룹의 기업가치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