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아이러브 스포츠]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입력 2010-02-09 09:15 수정 2010-02-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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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력과 실행력 갖춘 전문 체육인

지난해 6월24일 대한체육회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회의실에서 2009년도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의 통합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68년 이후 이원화돼 있던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가 41년 만에 법적인 지위가 부여된 국가올림픽위원회(KOC) 중심의 통합기구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40년 넘게 지속된 체육계의 논쟁이 종식된 데에는 그 해 2월19일 제37대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선임된 박용성 회장(두산중공업 명예회장, 중앙대 이사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체육회 취임 이전부터 박용성 회장은“이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체육인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체제 개편을 통해 국제 올림픽위원회 헌장을 준수하면서 국익 위주의 스포츠 외교 활동을 전개하도록 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 유도연맹 회장 당선 '종주국을 꺾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1982년 대한유도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스포츠계에 입문했다. 이후 1986년 대한유도회 회장에 취임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유도회 회장 취임 직후 열린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는 박 회장의 역할이 숨어 있다.

특히 서울올림픽 첫 날 김재엽 선수가 유도에서 금메달을 따내 전 국민이 환호한 일은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것으로 박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후 대한유도회 회장과 국제유도연맹 재무위원장을 겸임하던 박 회장은 1995년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경선에 나섰다. 당시 국제 유도계에서는 종주국 일본의 위상이 너무 높아 박 회장의 회장 경선 출마에 의아하다는 분위기 마저 있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사들 사이의 의견 충돌로 내분이 발생하는 등 유도의 명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을 보다 못해 출마를 결심했고, 유도의 종주국인 일본유도연맹 가노 유키미쓰 회장과 접전을 펼쳐 2차 투표까지 간 끝에 당선되는 ‘역사’를 썼다.

2001년 국제유도연맹 재임에 성공한 박 회장은 2002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후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전세계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스포츠 외교활동을 벌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과 2007년 IOC 총회에서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이다. 비록 평창은 탈락했지만 끝까지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선전한 데는 박 회장을 비롯한 IOC 위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육과 경영의 만남

박용성 회장은 국제유도연맹 회장에 취임 한 이후 스포츠계에도 경영기법을 적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이후 처음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도입해 스폰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재정난에 허덕이던 국제유도연맹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바꾼 것이다.

또 흰색뿐이던 유도복에도 파란색을 쓰고 빠른 진행을 위해 경기 규칙을 과감하게 변경해 TV 시청자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지난해 3월 2009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에 참석,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 면담을 갖는 등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곳에도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일단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의 정관 통합 작업 이후 위원회 수와 이사 수 등을 대폭 축소하면서 효율성을 꾀했다.

이사의 숫자를 회장을 포함 21명 이내로 축소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집행부는 대한체육회 이사가 47명,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과 위원이 89명으로 모두 136명이었다.

박 회장은“대한 체육회는 직원을 비롯한 그 자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57개 가맹경기 단체와 16개 시도체육회, 17개 해외지부, 아마추어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IOC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 기구를 아우르는 참으로 어마어마한 조직이라고 새삼 느꼈다”면서“그래서 인지 긍정, 부정을 떠나 수많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참 힘들기도 했다”고 소회를 표현했다.

대한체육회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박 회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직원들 간의 경쟁체제가 확립됐다는 점”이라면서“업무성과가 중시되기 때문에 예전 보다 더 긴장감을 갖고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전통적으로 기업인 출신 회장보다는 체육계 및 정치계 인사들이 회장직을 맡아 왔다. 1982년에 27대 회장으로 추대됐던 고 정주영 회장을 제외하고는 경영인 출신은 박용성 회장이 유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용성 회장이 대한체육회 회장직에 출마했을 때 전문체육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무성하기도 했다.

박용성 회장은 “개인적으로 전문체육인이라는 것은 체육에 대한 애정과 이해력, 통찰력 그리고 현존하는 문제해결을 위한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논의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박 회장은 “선거기간 내내 타 후보들로부터 전문체육인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면서 “체육계의 목소리를 현실화할 수 있고, 세계 속에서 한국 체육의 위상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전문체육인”이라고 말했다. 한국 체육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실행력을 강조한 것이다.

◆밴쿠버에서 평창까지

올해는 박 회장이 실행력을 갖춘 전문 체육인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검증받을 수 있는 국제대회가 산적해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다. 이어 싱가포르 유스 올림픽,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줄지어 있다.

▲지난해 7월 OCA총회에 참석한 박용성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이크 아마드 알 파하드 알사바 OCA의장과 만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관련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 회장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이 현지에서 얼마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가에 달려 있다”며 “특히 피겨의 김연아 선수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국제빙상연맹 회장의 말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본인의 실력을 85%만 발휘해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나에게 귀뜸했다”고 덧붙였다.

또 11월에 개최되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역시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달성한 아시아 2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각 종목별로 태릉선수촌과 국종목별 훈련장, 그리고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평창은 2010, 2014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도전에서 각각 3, 4표차로 캐나다 밴쿠버와 러시아소치에 분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평창은 그 동안 두 번의 동계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바이애슬론 세계선권 대회 등 동계종목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경기장, IOC본부 호텔과 선수촌으로 사용될 알펜시아를 건축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신청파일, 실사준비 등에 있어서도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실무준비의 노하우를 갖춘 상태에서 유치화동의 효율성 강화를 위해 투표권을 갖고 있는 IOC 위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체계적인 유치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국제대회 및 국제회의 참석 등을 통해 IOC위원, 동계종목 관계자들을 만나 유치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 명의 IOC위원이라도 우리에게 우호적이 되도록 어디를 가든 만날 계획”이라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이 같은 활동에 최근 천군만마와 같은 우군을 얻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특별사면 되면서 최근 IOC위원 자격을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IOC 고위층도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특별사면에 직접 힘을 보탰던 것도 박 회장이었다.

지난해 12월 박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한국 스포츠 외교와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서는 이건희 IOC위원이 연말 안에 사면돼 내년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있을 IOC총회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회장은“일부 친한 IOC 위원들과 국제 스포츠계 지도급 인사들이 과거 실패의 한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다수 인사에 의한 중구난방식 유치활동 사례를 지양하고, 대한체육회와 유치위원회, 정부가 협력해 일원화된 창구를 마련하고 IOC위원들을 접촉케 하는 등 IOC위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유치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해 과거 노하우를 바탕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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