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후임 총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이 총재의 임기가 임박한 한 만큼 늦어도 3월 초 후보군에 대한 윤곽을 잡고 중순 이전에는 새 총재를 새로 선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월 31일 이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안에는 새 총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가 총재 임기가 만료되기 한 달 전에 내부적으로 비공개 후보군을 구축하고, 대내ㆍ외 평가를 통해 선임한 과거 사례를 보면, 적어도 내달 초에서 중순 이전에는 새 인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참여정부는 일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을 대상으로 본인 의사와 내부 평가, 시장 여론을 분석한 뒤 2006년 3월 14일 이 총재를 최종 선임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총재가 누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3월 중순에는 (누가 되든지) 결정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시 “요즘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상과 출구전략 시행에 적지 않게 신경 쓰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현(이성태) 총재와의 마찰이 있는 만큼 2월말 전에 후보군을 완료한 뒤 3월 중순 이전에는 최종 인사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여론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인물이 없는 만큼 임기 만료 막바지에 갑자기 선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총재는 시장에서 예상보다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데 반해 현재 하마평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한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면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임기 만료 막바지에 새 총재를 선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후임 총재 하마평 오르는 인물은?
현재 새 총재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비상임)을 지냈다는 점에서 경쟁자들 중에서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어 위원장은 금융전문가가 아닌 데다 고대 출신이란 이유로 역풍이 거셀 것으로 보여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위원장, 교육부 장관 선임 때 유력한 후보였던 어 위원장이 후보자 검증 통과가 쉽지 않아 낙마한 전례도 있다.
김 금감원장도 금통위원과 기업은행장을 지낸 금융통이라는 점이 강점이어서 어 위원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옛 재무부 출신으로 정계·금융계에 진출한 고위급 인사들을 뜻하는 소위 ‘모피아(MOFIA)’라는 점에서 한은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김 대사는 MB 정부 첫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OECD 대사로 복귀한 대표적인 MB맨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원장과 한림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으로, 이른바 ‘MB노믹스’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운찬 총리와 경기고 62회 동기다. 김 대사는 그러나 총재직에 오를 경우 통화신용정책의 외부 입김을 막기가 쉽지 않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게 한은 내부의 평가다.
이 밖에 박철 리딩투자증권 회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은 출신으로, 부총재를 끝으로 자리를 옮긴 박 회장은 전문성과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조직 장악력을 갖춰 한은 내부에서 신망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