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노사 문화] 투쟁보다 사회 환원 중심 변화 <상>

입력 2010-03-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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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명 가입자 기반 제3의 노조 연대 ...한국노총 · 민주노총 내부도 변화 바람

그 동안 산업계에서 연례행사로 여겨 왔던 '춘투,추투'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면서 새로운 노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년 회사와 노조가 임금,처우 개선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며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 등 공격적인 행보를 걷던 기존 노동조합의 이미지를 벋어 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5일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기존 양대 노총과 다른 활동을 모색하는 제3의 노조연대가 탄생했다.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서울메트로 전국지방공기기업노조연맹과 KT, 현대미포조선 등을 중심으로 '새희망 노동연대' 가 출범,12만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제3노조 시대를 열었다.

새희망 노동연대는 기존 노동단체가 정부와 회사 교섭을 벌이던 관행에서 탈피해 현장 조합원과 국민을 위한 사회 환원 사업을 펼치기 위한 협의체 성격의 단체로 출발을 알렸다.

이 단체에서 가장 먼저 신노사 문화선언을 한 KT는 출범 하루만인 지난 5일 이석채 회장과 김구현 KT노조위원장이‘올레 KT 창조적 신노사문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지속적인 기업가치 창출과 사회적 책임 실천 등 노사가 힘을 모으기로 손을 맞잡았다.

KT 노조는 지난해 6월 KTF 합병과 같은해 5000명 구조조정에서도 회사 발전을 위한 경영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등 노사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앞장섰다.

김구현 KT 노조위원장은“민노총 탈퇴 이후 새로운 노동운동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만족시키고 조합원이 주체가 돼 사회적 소외계층까지 배려하는 독창적 노동운동”이라며“노동조합 단독 프로그램 외에 KT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더 많은 혜택을 나누기 위해 노사 공동프로그램을 가미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감지되고 있다. 그 동안 공식행사에도 빨간색 머리띠에 투쟁 조끼를 입고 나왔던 민주노총의 경우 올해 새로 선출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3일 한 행사에 양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노총에 가입된 노조에서도 무교섭 타결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임금동결 및 단체협약 무교섭 타결에 합의했다. 하이닉스의 경우 워크아웃이 시작된 2000년대 초부터 경계적 성격을 띈 '노사'보다 '노경(勞經)'이라는 단어를 써 올 정도로 무교섭에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것으로, 매년 △노동조합의 제품 경쟁력 강화 노력 △회사 수익성 제고경영 및 고용안정 노력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경협력 등을 실천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놓였던 지난 2000년에도 노경이 단결해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17분기 연속 흑자를 일궈냈으며, 지난 2008년에는 1987년 부터 21년간 무분규 기록을 달성하며 신노사 문화 대상의 최고 훈격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하이닉스 노경은 지난 1995년 부터 '회사와 근로자는 하나'라는 '노사불이(勞社不二)' 정신을 바탕으로 임직원 월급에서 끝자리 금액을 기부하는 '끝돈모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자 노조도 지난 1월‘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하며 신노사문화 정착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노조에서 사회적 책임을 선언한 것이 첫 사례라는 점에서 LG전자 노동조합의 행보가 벌써부터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준수 노조위원장은“노동운동도 사회 흐름에 맞게 혁신과 변화과정을 거쳐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시한 4가지 실천지침에는 △생명공동체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생태적 온전성 유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제 공동체를 위해 공헌 △노동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사의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촉진 △현장 경영자로서 업무현장의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 등이다.

박 노조위원장은“우리의 환경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세계화로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며 “모두가 대처해야 할‘위기’로 규정하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USR을 선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기업시민의 소명을 다해 지속가능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노조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LG전자 노동조합이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노경문화를 만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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