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서 입주율이 저조한 '불꺼진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다시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분양가로 분양했다가 결국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12월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에 분양된 삼성물산의 '래미안 휴레스트'와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들 단지는 각각 원당뉴타운 내 성사주공2단지와 1단지를 재건축한 후분양 아파트다. 1651가구, 1468가구로 대규모 단지다.
분양과 동시에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입주율은 저조한 수준.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두 단지 모두 입주율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택형에 상관없이 잔금처리를 못한 조합원 물량과 일반분양에 청약했다가 포기한 매물이 매매시장에 넘쳐난다고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매매시세는 전용 85㎡이하 중소형은 분양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132㎡가 넘는 대형은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인근 중개업계는 "매매 자체가 어려운 실정인데, 특히 40~50평대는 도무지 거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래미안 190㎡(57평ㆍ고층 기준)는 급매물이 7억2000만원, 168㎡(51평ㆍ고층) 6억500만원, 109㎡(33평ㆍ중저층)는 4억2000만원의 매매시세가 형성됐다. 일반분양가가 3.3㎡ 당 1180만원~1300만원임을 감안하면 분양가 보다 2000만~6000만원 낮은 셈이다.
미분양분이 많은 'e편한세상'은 141㎡(53평형)를 최고 9900만원까지 깎아주는 할인마케팅도 펼치고 있었다. 이 주택형은 청약당시 148가구를 모집에 단 한명도 청약접수 하지 않았던 것.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분양 당시 53평 일반분양가는 3.3㎡ 당 1300만원이었다가 100만원 올려 1400만원에 책정되면서 결국, 비싼 분양가가 대형 주택형의 미분양을 초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부풀렸다가 지금 와서 할인해주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술수"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형 평형은 매매 뿐 아니라, 전세거래도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중대형과 중소형의 전셋값에 똑같은 호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e편한세상' 161㎡(48평형)의 전세값은 현재 1억6000만~7000만원에 시세를 이루고 있다. K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은 1억4000만원까지 내려 거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 110㎡(33평형) 전세가 1억4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길 건너 래미안은 150㎡(45평ㆍ중층)은 1억7000만원, 109㎡(33평ㆍ중층)도 1억7000만원의 호가가 형성됐다.
올 한해 고양시 일대는 입주시장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원당에서 북쪽에 위치한 덕이ㆍ식사지구는 올 8월 부터 12월까지 총 1만349가구나 되는 '입주폭탄'이 떨어질 계획이다.
식사지구 위시티에는 일산자이 4683가구(8월), 블루밍일산위시티 2350가구(12월)가 새 집들이를 앞두고 있으며 덕이지구는 하이파크시티 신동아파밀리 3316가구가(12월) 입주를 하게 된다.
그러나 2007년 말 분양했던 위시티는 GS건설, 벽산건설이 3.3㎡ 당 1450만원선에 분양, 고분양가로 화제를 일으켰지만 아직도 미분양분이 많은 상태다.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향후 입주지연 우려를 불러오는 대목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 소장은 "물량 많은 수도권에서 30평~40평대 전셋값은 큰 차이없지만 수요자들은 관리비 비싼 중대형 보다는 중소형 선호도가 높다"며 "중대형의 경우 임대수요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