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300만 고용창출의 '부산스런 풍경'

입력 2010-03-14 14:33 수정 2010-03-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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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륨에는 국내 정계ㆍ재계ㆍ여성계 인사들 140여명이 모여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0만 고용창출 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강래 민주당 원내 대표, 조석래 회장등이 행사장 맨 앞줄을 채웠다.

행사장 뒤편에는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회원사 임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연단을 주시했다.

주최 측인 전경련의 조석래 회장이 이날 출범식의 의의를 "선진국으로의 도약"에서 찾았다. 인사말에 조 회장은 "우리나라 고용률이 63.8%에 불과해 OECD 30개 국가 중 22위에 머물러 있다"며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위원회 출범에서 목표로 밝힌 '300만명'은 묘한 의미를 갖는다. 현 정부가 이른바 747공약을 통해서 5년 동안 300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겹치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출범식을 찾아와 "희망이 물꼬를 텄다"고 덕담을 건넨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정 총리는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경련 등 재계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 총리는 "투자시설 및 규모 등 상세한 계획을 받표한다면 중소기업도 이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책임 중 일부를 재계에 넘긴 셈인데, 사실상 실업자 수가 400만명이라는 일련의 주장들과 맞물리면서 정부의 급박한 사정을 집작케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의 제시만큼 일자리의 창출 방법을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행사 시작 후 10여분 만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뜬 후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만 전경련 행사에서 축사를 했다.

이 대표는 우선 재계의 노력을 격려했다. 하지만 정부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다. 정부가 할 일을 재계, 특히 대기업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의 창출은 결국 중소기업에서의 고용의 질이 높여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내 고용율의 5% 전후한 대기업에만 의지해서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 관심사이다 보니, 이날 행사에는 각 매체의 취재진들도 일제히 몰렸다. 매체당 2~3명의 기자들이 와서 행사 관계자들만큼 많았다.

미리 마련된 프레스석의 자리가 한 정돼 일부 기자들은 초청인사들 자리 사이사이에 끼여서 행사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강래 민주당 원내 대표 외에도 경제계 주요 인사들도 초청인사 대상에 올랐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대림 이준용 회장, 풍산 류진 회장 등이 경제계 주요 초청 인사였다.

이 중 정준양 회장은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전에 참여해 관심의 초점이 됐다. 행사가 끝나고 조선호텔 그랜드볼륨 행사장에서 정문에 대기한 차에 오르기 위한 50여 미터의 거리에 10여명의 기자들이 '회장님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 회장의 서두르는 발걸음 속에 기자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서로 엉키면서 이 중 한 명이 넘어지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을 정도도 부산스러웠다.

결국 정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전에 롯데그룹이 뛰어든 것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이날 300만 고용창출 위원회 출범식도 절차대로 진행해 40여분만에 일사분란하게 치뤄졌다. 많은 사람들이 위원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회원사들이 서로 논의하고, 호흡을 맞춰 일사분란한 결과를 내놓기를 바라고 있을 터이다.

이는 노동유연성 강화 또는 규제개혁이라는 전경련의 되풀이 된 주장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위원회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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