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종합병원이 제약회사에서 건물신축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은 행위에 대해 정부가 제재를 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호열)는 17일 4개 대형종합병원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건물신축, 부지매입 등의 명목으로 제약회사에 기부금 제공을 강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5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가톨릭학원(가톨릭중앙의료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 연세대(연세의료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5000만원, 서울대병원, 대우학원(아주대의료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전원회의에서 재심사 합의 후 5개월간 보강조사(참고인 진술조사)를 통해 이같이 의결했다.
공정위는 가톨릭학원, 연세대학교, 서울대병원, 대우학원 등 4개 대형종합병원이 2005년 3월에서 2008년 5월까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건물건립, 부지매입 등의 명목으로 거래관계에 있는 제약회사로부터 약 241억원의 기부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결과 카톨릭학원은 의대학생회관 건립 명목으로 170억9900만원, 연세대는 병원건립에 61억400만원, 서울대병원은 병원연수원 부지 매입에 4억7000만원, 대우학원은 의과대 교육동 건립에 4억5400만원의 기부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제약회사에 대한 거래상 지위가 인정돼 이익제공강요에 해당하고, 기부금액 및 납부시기·방식 등을 일방 결정, 제약회사가 이를 거래관계 유지 등을 위한 무언의 압력 내지 사실상의 강요로 인식했다는 점, 또 비용을 거래상대방에게 전가한 것으로 순수한 기부금으로 보기 어렵고 정상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지 않는 등 건전한 경쟁 저해, 의약품 가격인상 및 소비자이익 저해 폐해를 초래해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적용해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조치가 의약품 거래관계를 무기로 기부금을 수령한 대형종합병원에 대한 실질적인 최초의 제재라는 데 있어 의의가 크다”면서 “4월1일부터 시행되는 한국제약협회의 의약품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은 제약회사가 병원의 건물 증·개축 목적으로 기부금을 제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보건의료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