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회장, 인재육성 발언 진정한 의미는?

입력 2010-03-23 13:31 수정 2010-03-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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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리급 직원까지 회원 자격 확대...김 전 회장 "이야기 할 기회 있을 것"

옛 대우맨들의 대우그룹 되살리기 행보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행보의 첫 걸음은 '대우의 명예 회복'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김우중 전 회장은 22일 대우창립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앞으로 7년 뒤, 대우 창립 50주년에 다시 보자"면서 대우그룹 세계경영의 재평가 움직임을 지원했다.

대우의 재평가는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대우세계경영연구회(세경연)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그룹 해체 후 대우인회를 통해 옛 대우맨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유지돼 왔지만 대우인회는 창립기념식을 정점으로 하는 친우회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세경연은 올 하반기 세계경영학술세미나를 준비하는 한편 지난해 12월 북경 해외지회 설립을 시작으로 올들어 하노이지부 러시아지회 우즈베키스탄지회 미얀마지회를 잇달아 만들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또 아직 지회 및 지부가 설립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자체적인 대우인회의 모임성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대우인회의 산하기관으로 출범한 세경연이 젊은 '대우맨'의 네트워크 회복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세경연은 대우인회와는 달리 회원자격을 옛 대우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했던 대우맨 중 '대리급'에게 문호를 개방해 회원도 가파르게 증가해 2월말 현재 2500여명에 달한다. 옛 부서장급이 중심이 된 대우인회가 노령화하면서 친우단체의 성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년 안에 세경연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주창한 '세계경영'에 대한 연구라는 공식적인 목표를 넘어서는 활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장병주 세경연 회장(전 (주)대우 사장)은 "대우브랜드는 국가자산"이라며 "세계경영속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브랜드를 없애는 것은 아깝다"고 말했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대우조선해양 등 과거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의 매각과 관련한 발언까지 쏟아내면서 현안도 챙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세경연의 활발한 활동이 김우중 전 회장의 경영 재기와 직결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장 회장은 "(김 전 회장을 비롯한 대우 전 임직원들이) 재작년 사면됐지만 추징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죄인들"이라고 말해 경영재기가 거론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에둘러 말했다.

현재 김 전 회장 및 사장단에 대한 정부의 추징액은 23조원에 이른다. 김 전 회장에게만 18조원 가까운 추징금이 남아 있다. 그래서 김 전회장의 "7년 후에 보자"는 말은 의미 심장하다. 김 전 회장은 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대우 창립 50주년에 다시 보자. (내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모을 테니 가족들과 다 같이 보자"고 말했다.

물론 올해 74세인 김 전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7년 후 그가 경영일선에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기간이다. 다만 대우 창립 50주년이 목표 시한으로 제시된 이상 세경연의 행보에 상징적인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22일 대우창립 4주년 기념식 공식행사가 끝난 후 만찬시간에 김 전 회장의 구심점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 전 회장은 500여명이 참석한 각 테이블을 순회하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면서 근황을 물었다. 입장시에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이날 김 전 회장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몸만 좋아지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어떠한 방식으로 든지 대우그룹의 명예회복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은 것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세경연은 오는 10월 창립 2주년 행사를 갖는다. 장 회장이 지난해 창립 당시 밝힌 "대우그룹만이 갖고 있는 세계경영 자산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의 구체적인 결과물도 이 때쯤 나올 예정이다. 옛 대우맨들의 움직임이 대우그룹 재건에 어떤 결실을 내놓을지 재계가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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