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오는 6월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 설립 승인에 맞춰 펀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제도도입 근거가 마련되자 본격적으로 PEF 조성에 속도를 가하는 양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6월 개정안 시행에 맞춰 기업재무안정 PEF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규모는 5000억원~1조원대로 조성할 예정이며 형태는 블라인드 펀드로 계획하며 LP(유한책임사원) 모집은 4월부터 나설 예정이다.
블라인드펀드란 투자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이다. 투자자들에게 일정 규모의 자금을 모집한 후 수익성 좋은 물건이 나올 경우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는 형식이다.
산은은 향후 워크아웃 대상 기업 또는 재무구조조정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의 부실채권과 고정자산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농협도 지난 1월 기업금융단을 신설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재무안정 PEF 구성에 나섰다. 이 PEF는 중소기업 구조조정, 특히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에게 투자할 계획이다.
첫 PEF 조성은 상반기 중으로 타깃을 정한 후 3, 4분기에 구체적으로 자금을 조성해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블랙스톤과 MOU(업무협약)를 통해 6000억원대 PEF인 '우리-블랙스톤 코리아 오퍼튜니티 1호' 승인을 마무리했다. 이 펀드는 투자목적이 불분명한 블라인드 펀드이다. 우리PE와 블랙스톤 컨소시엄이 GP를 맡고 국민연금이 LP로 3000억원을 출자한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메지닌펀드 운용사 6개를 선정하면서 구성된 PEF인 만큼 기업재무안정 PEF의 기능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앞서 2월부터 기업재무안정 PEF를 준비하고 나섰다.
대신증권은 3월초 금융감독원에 2000억원 규모의 기업재무안정 PEF 등록을 완료했다. 이 PEF는 대신증권이 350억원 출자하며 국민연금 등 5개 기관이 참여한다. GP(무한책임사원)은 대신증권과 흥국투신운용이 맡는다.
기업재무안정 PEF는 현행 일반 PEF와 달리 경영참여 없이도 자산의 50% 이상을 재무구조 개선 기업과 관련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이 PEF가 활성화되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재정부담도 줄일 수 있고 PEF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국내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농협과 산은은 저평가된 워크아웃 대상 기업과 재무구조 개선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재무안정 PEF로 워크아웃 대상 조선사와 건설사 등에 투자하면 기업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고 수익도 많이 기대할 수 있다"며 "몇몇 은행들도 이처럼 기업재무안정 PEF를 구성하고 있으며 국내 PEF에게도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업재무안정 PEF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향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M&A를 위한 바이아웃(Buy-Out) 펀드 수익률만큼 획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PEF라면 구조상 메자닌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데 메자닌펀드는 수익률이 그다지 크지 않다"며 "또 대주주들의 경우 지분구조에 영향끼치는 것을 두려워해 오히려 기업재무안정 PEF의 손길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