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을 팔고 오피스 건물 사시려는 분들이 많은데 매수자가 있어야지요. 요즘 같은 경기속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물건을 선뜻 사는 분들이 있나요. 펜트하우스도 매물도 나왔다고 하던데 쉽지 않을겁니다."
서울 강남구 한 주상복합 단지 내 A은행 PB팀장은 최근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강남 고액 자산가들이 요즘 주상복합이 안 팔려 골치를 썩고 있다는 소리다.
한때 강남의 랜드마크로 굴림하던 주상복합이 이제 덩치만 큰 애물딴지가 되고 있는 셈. 매매가가 워낙 비싸다보니 최근 같은 금융 규제(DTI, LTV) 속에서는 매수자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
일반 아파트라면 5000만원 낮춰 급매물로 처리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억원 하는 물건은 매도가를 아무리 낮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호가를 낮추는 일 자체가 의미가 없어 지는 것.
이는 시세로 바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주상복합 대표단지라고 하는 타워팰리스1차 115㎡가 한주 새 5000만원 떨어졌다. 시세는 12억5000만~15억원선이다.
강남 재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재건축에 투자해야 하는 강남 큰 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팔겠다고 야단이니 시장이 고꾸라지고 있는 것. 강남 부동산 불패라는 미사어구가 무색할 정도다.
부동산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와 개포지구 마스터플랜 발표 등 호재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이달 들어 되레 0.6% 하락했다.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위례신도시 보금자리 분양과 경기회복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매수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국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이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달 초 안전진단 통과 당시 102㎡형이 10억원의 시세를 보이다 현재는 9억8000만원 가량으로 2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한두달 사이에 최대 1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져 11억5000만원의 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다.
은마 공인 관계자는 "지난 한달건 매매건수가 하나도 없다"며 "매물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문의도 뜸하고 찾는 발길도 거의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범 강남권으로 불리는 분당도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분당을 이끌어 줘야 할 강남이 하향곡선을 그리자 일주일만에 1억원씩 하락하는 단지가 속출하면서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실제 설 이후 수도권 매매가 변동률이 -0.17%를 보인 반면 분당은 -0.47%를 기록했다. 이는 3배 이상 높은 하락률을 기록한 셈.
분당 시범단지 삼성ㆍ한신아파트는 108㎡가 올해 초 6억4000만~6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6억원선에 매물이 나와있다.
분당 G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매매는 꺼리고 전세만 찾고 있다"며 "분당이 제 모습을 찾으려면 경기가 살아나야할 것 같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