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천정 뚫린 글로벌 상품시장

입력 2010-04-01 14:23 수정 2010-04-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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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고무·철광석·원유·커피 급등..업계 비상

글로벌 상품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천연고무 가격이 58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철광석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천연고무 3.5달러 돌파...58년래 최고

태국 러버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천연고무 가격은 kg당 3.52달러를 기록하면서 60년만에 처음으로 3.5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천연고무 가격이 급등한 것은 주 생산지인 태국에 몰아친 가뭄 때문으로 지난 1년간 상승폭만 75%에 달한다.

타이어를 비롯해 콘돔 등 고무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 역시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천연고무 가격이 58년래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관련 제품 가격의 상승이 예상된다.

좀 제이콥 천연고무생산국협회(ANRP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장은 원자재 구매관리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품과 달리 천연고무 거래는 파생상품시장보다 현물시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도쿄상품거래소(TCE)에서 거래되는 9월물 천연고무 가격은 kg당 311.3엔을 기록했다. 이는 18개월래 최고치지만 현물가격의 상승을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환율차 역시 파생상품시장의 가격 신뢰성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태국이 10년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원자재 블랙홀' 중국의 수요 급증으로 천연고무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천연고무 수입국으로 올해 들어 2월까지 수입물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80%나 늘었다.

▲철광석 가격 100% 상승 불가피

철강 가격 역시 급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시스템 변경으로 글로벌 산업계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가격 시스템이 불합리하게 변경됐다며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철강산업기구인 유로퍼(Eurofer)는 유럽집행위원회(EC)에 전달한 공식입장을 통해 철강가격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유로퍼는 개별 철강업체들이 철광석 거래와 관련 변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관계당국 역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들이 가격 시스템 변경에 합의한 이후 철광석 가격 급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번 가격 시스템 변경으로 자동차는 물론 건설업계 등의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든 모팻 유로퍼 이사는 "철광석 가격의 100%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광산업체인 발레와 BHP빌리튼은 지난 40년 동안 지속했던 연간 철광석 계약 시스템을 현물 가격과 연동해 분기별로 단축하는 방안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EC와 독일연방카르텔감독청은 현재 리오틴토와 BHP빌리튼의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철광석지대를 통합하는 안에 대한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시스템 변경 사태까지 겹친 상황이 됐다.

유럽자동차협회인 에이시아(Acea) 역시 철광석업체가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로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블 프랜시스 건설협회 경제부장은 "가격 시스템 변경안이 통과된다면 회복 국면에 접어든 건설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 17개월래 최고치

유가 또한 17개월 최고치로 올랐다.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7% 상승한 83.7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7개월래 최고치로 유가는 5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지속한 셈이 됐다. 유가는 3월에만 5.1% 올랐고 지난 1분기에는 5.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상승 모멘텀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다 약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

리터버치앤어소시에이츠의 존 리터버치 대표는 "지금은 유가의 강한 상승 환경"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유가의 조정시 매수 전략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선물 1300달러 후반...3개월 최고

세계 최대 로부스타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의 생산이 줄면서 커피 가격의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회계 2010~2011년도 커피 생산량이 가뭄으로 인해 줄어들 전망이라고 현지 일간지 탄니엔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인 구억 팃 베트남 농업부 곡물재배부장은 "올해 가뭄의 징후가 뚜렷하다"며“건조한 기후가 지속되면 커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감소 전망치는 밝히지 않았다.

베트남의 커피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현재 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커피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서 거래되는 5월 인도분 커피 선물 가격은 1300달러 후반까지 오르면서 지난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이번 달 들어서만 7% 오른 상태다.

베트남통계청(GSO)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1분기 33만t의 커피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수치다.

또한 지난 1월 베트남커피ㆍ 코코아협회(VICOFA)는 2009~2010년도 커피 생산량이 전년의 116만t에서 30% 줄어들수 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트남의 양대 커피 생산지 중 하나인 닥락 부온 마 투옷에서는 이달 첫 20일간의 강수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mm로 집계됐다.

팃 부장은“지난 몇 주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며 “커피열매가 맺히는 시기가 왔지만 나무는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지역 당국은 커피 재배업자에게 비료와 물 공급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 줄 것을 중앙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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