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② 日 '먹구름' 여전

입력 2010-04-07 14:00 수정 2010-04-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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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 회복기 진입했나-日 상대적 부진...'잃어버린 20년'으로 가나

(편집자주: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경제회복과 함께 출구전략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더블딥 논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앞으로 6회에 걸쳐 글로벌경제를 조망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美 주도 회복 기대감 확산

(2) 日 '잃어버린 20년'으로 가나

(3) 中 회복은 무슨..과열 논란

(4) 글로벌 출구전략 시기는 언제?

(5) 위기는 끝났다, 글로벌증시 더 오른다

(6) 한국 5%대 성장 가능...하반기 변동성이 걸림돌

“‘잃어버린 20년’을 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회복세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금융 위기의 폐허 속에 홀로 남겨진 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실현한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는 출범 6개월만에 리더십 부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출범초 70%대에 달했던 지지율은 최근 반토막인 3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가운데 공급과 수요의 격차는 30조엔에 달하고 이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짓눌려 경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기업경영도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대형 업체들의 합병 소식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잃어버린 10년’에서 겨우 빠져 나와 살만해진 듯싶던 일본에 또다시 치명상을 입혔다.

▲주요국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

◆ 주요국 최악의 성장률 =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에 마이너스 5.3%로 주요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7%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의 4.8%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저조한 성장률 가운데서 가장 큰 문제는 하토야마 정부가 장기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토야마 정부는 2009 회계연도에 7조2000억엔(약 86조원)이 추경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자민당 정부가 추진했던 14조7000억엔에 비해 턱없이 낮아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무성이 발표한 지난해 국가부채 총액은 871조5000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부양책 시행으로 재정지출이 크게 늘면서 1년만에 24조8000억엔이 증가한 것.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18.6%로 미국의 84.8%, 독일의 78.7%, 영국의 68.7%로 주요국들의 2~3배에 달한다. 재정적자는 GDP의 10%대로 예산의 절반을 국채 발행으로 꾸려가는 실정이다.

예산낭비를 줄여 재원을 확보한 뒤 아동수당등으로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확대한다는 경기부양 계획은 시행될 가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 디플레와의 전쟁 = 일본은행(BOJ)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 조치에서 단계적으로 출구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단행하고 있다. 이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디플레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1.2% 떨어져 통계를 시작한 1971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실업률은 5.2%에서 5.1%로 소폭 낮아졌고 산업생산도 증가했다. 또 일본 경제를 지탱해준 수출도 회복기조를 되찾고 있지만 이것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는 방증이다.

일본은행은 작년 12월부터 새로운 형태의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통상적인 공개시장 조작은 금융기관의 입찰 참가를 통해 적용금리가 정해지지만 새로운 공개시장조작은 국채등을 담보로 3개월 만기 자금을 0.1%의 고정금리로 금융기관에 대출해주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실시돼온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디플레 타개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일본은행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 여름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다 강도높은 디플레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최대한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지만 소기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부담은 극도에 달한 상태.

일본은행의 유동성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은행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통화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자금이 가계와 기업등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다시말해 유동성 함정에 걸려든 것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위험수위에 달한 일본의 디플레이션=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쇼핑몰 이온의 벽면에 할인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 ‘잃어버린 20년’.. 백약이 무효? = 사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가 말했듯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이 디플레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디플레로 발목이 잡힌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4일(현지시간) 일본 경제가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내수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공급 주체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과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꼽았다. 이를 통해 정부가 신뢰를 얻으면 유동성 공급 효과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하토야마 정부는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추구하되 자민당 정권 시절의 방만한 재정지출을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하면 경제가 더 깊은 늪으로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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