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메가뱅크’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메가뱅크 필요성을 처음 주장한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최근 들어 다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점점 구체화되고 최근 지분인수까지 완료되면서 은행들마다 주도권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주도권 잡기에 나선 곳은 KB금융지주.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한국금융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 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KB금융 회장 자리에 물러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 간의 불편한 관계를 인식한 듯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차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례적으로 메가뱅크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
민영화 중심에 서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민영화와 금융산업 재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이번 기회를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민영화가) 조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KB금융에서 민영화를 주도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회장 입장에선 KB금융을 의식하지 않을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KB금융을 우습게 보지 말라. 부실이 있다 해도 6조원이란 돈을 갖고 있다”고 말해 KB금융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역시 “앞으로 글로벌 금융 지형을 바꾸는 세계 금융의 큰 산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 역시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ㆍ우리ㆍ하나금융이 금융 산업 재편을 주도하려는 눈치싸움이 벌써부터 이목을 집중시킨 셈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새롭게 거론되는 메가뱅크 시나리오는 우리금융그룹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소유인 우리금융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서 다른 국내 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산업은행과 짝짓기를 할 유력 주자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꼽힌다. KB금융(316조 원)이 우리금융(317조 원), 산업은행(156조 원)과 합치면 자산규모 789조 원의 은행이 만들어진다.
하나금융(169조 원)이 우리금융 및 산업은행과 합병하더라도 자산규모는 642조 원에 육박한다. 어느 방안이 실현되더라도 자산규모에서 세계 30∼40위권의 대형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메가뱅크가 탄생한다면 그 시점은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메가뱅크의 핵심인 우리금융 민영화 시점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은행이 탄생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