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6월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회사이자 순수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이 수 십여 년간 꾸준한 발전을 이루면서 하나은행으로 전환했고 약 14년여 만에 하나금융그룹을 출범했다.
하나은행의 설립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윤병철 초대 행장이다.
윤 행장은 거제 하청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법대를 나왔지만 1960년 농업은행에 입사하면서 41년의 파란만장한 금융인생에 발을 들였다. 중간 중간에는 국제신보 논설위원, 전경련 조사과 과장 등 특이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1991년 하나은행 초대 행장으로 역임한 그는 1995년 영업 3년 9개월 만에 총 수신 1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하나은행을 우량은행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이를 통해 다음 해인 1996년 하나은행은 런던 주식회사에 상장되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의 최우수 은행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나은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명의 인물이 1997년 은행장으로 취임한 김승유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윤 초대 행장이 하나은행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면 김 회장은 충청은행, 서울은행, 보람은행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며 총 자산 200조원을 넘보는 금융그룹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본격적인 금융그룹으로 발전하는 것은 1998년에서 1999년까지 충청은행과 보람은행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성공적인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하면서 은행 설립 10여년도 채 안돼 총 수신 40조원들 달성했고 당시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알리안츠 그룹 최대 지주로 참여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본격 행보를 시작한다. 2001년 3월 자회사인 하나알리안츠투자신탁운용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2002년 12월 서울은행과 합병하면서 통합 하나은행을 출범했다.
2003년 하나생명보험을 설립했고 중국의 공상은행과 칭다오은행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 모색에 나섰다. 2004년 2월 중국 청도국제은행을 인수하고 같은 해 4월 중국 인민폐 영업을 본격 개시한다.
아울러 8월에는 코오롱 캐피탈 지분 14.9%를 인수하며 2005년 5월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증권 부문을 강화하고 그룹의 기반을 다졌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이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인 1996년 말 총자산 8조원대에 불과했던 하나은행을 179조원으로 초대형 은행으로 만들었다. 아울러 2005년 5월 지금의 하나금융그룹을 출범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금융-통신 컨버전스, 하나SK카드… 금융위기 시련딛고 3000억원 순익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등 총 8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하나INS,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4개의 계열사는 100%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 출범된 하나SK카드와 하나다올신탁은 각각 51%와 58%를 소유 중이다.
하나카드는 지난 해 11월 분사하면서 SK와 손잡고 지금의 하나SK카드를 출범했고 하나다올 신탁은 지난 3월3일 지분 추가 매입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랐다. 또 하나캐피탈과 하나HSBC보험은 50.15%, 50+1주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실질적으로 하나지주 계열사는 모두 대주주인 셈이다.
이중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해 말 2412억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수익증권 수탁고 및 브로커리지 수수료 부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나INS는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봉한 사장이 운영 중이다. 특히 과거 일본 오사카에서 세계로봇축구경연대회 월드 챔피언쉽을 수상하고 벤처기업 대상 특별상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BU(Business Unit)의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경영전략 수립 등 전사적 지원역할을 수행중이며 월간하나금융, 금통위 분석자료, 퇴직연금브리프 등 다양한 정기간행물 등을 발행하고 있다.
2004년에 설립된 다올신탁과 2006년에 설립된 다올자산운용은 업계 후발주자로서 지속적인 성장정책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로 업계 중위권업체로 자리 잡은 부동산 신탁 및 부동산 자산운용 전문회사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월 3일 다올신탁의 주식 43%를 추가 확보해 총 58%의 대주주가 되면서 다올신탁이 최대주주(지분 50.4%)로 있는 다올자산운용까지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사명도 하나다올신탁으로 변경했다.
하나금융은 KBㆍ우리ㆍ신한금융에 비하면 아직까지 계열사와 자산규모가 많지 않다.
4대 금융지주사로 우뚝 섰지만 금융위기 이후 시련도 적지 않았다. 특히 금융위기 때는 기업은행보다 분기 당기순이익이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태산LCD부실 사태 이후 시장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 터져 나오면서 적지 않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작년 1분기 3000억원이 넘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승유 회장도 사석에서 “시장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 흘러나와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마이너스 실적 1년도 채 안돼 흑자전환을 하고 작년 한 해 동안 30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전년대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지만 금융위기라는 변수를 본다면 선방한 셈이다. 이번 실적에는 믿음직한 자회사들의 공로도 컸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분기 1979억, 지난해 연간 2739억을 기록했다. 4분기 이익은 전분기 대비 이자이익이 1388억 증가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건전성도 눈에 띄게 탄탄해졌다.
지난해 말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전분기 대비 0.51%p 하락한 1.05%로 집계됐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은 각각 15.11%와 11.44%를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2412억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나SK카드 분사도 빼놓을 수 없는 최대 유망 계열사다. 김 회장은 지난 해 11월 2일 하나카드를 분사하며 하나금융그룹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여기에 통신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카드와의 합작은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동력이기도 했다.
하나금융에서는 하나SK카드가 카드업계 톱3에 진입할 경우 회원 수 1000만명, 시장점유율 12%의 대형 카드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폰에 지급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하나INS 역시 매 분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효자 계열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며 새로운 지배구조 작업도 마무리 했다.
지난 달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에 김승유 회장 대신 김각영 변호사를 선임키로 결정한 것.[
특히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김각영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32대 검찰총장과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 등을 지내면서 금융지주 견제 및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정광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와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결정하고 임기가 만료된 정해왕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의결했다. 다만 남상구 고려대 교수 등 3명의 기존 사외이사가 퇴임하면서 사외이사는 10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1주당 400원의 배당을 확정했다. 총 배당금액은 837억원이다. 이사보수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50억원으로 결정했다.
김승유 회장은 “하나금융은 향후 전개될 시장 변화에 대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진화시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면 이를 찾아 우리의 것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유 회장 금융 개편 M&A 주도전략은?
김승유 회장은 M&A와 탁월한 위기능력을 보이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미래 성장과 관련 있는 분야라면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해 전산시스템의 효율성을 향상시킨 식이다.
금융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하나은행의 글로벌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중국에서는 홍콩-베이징-칭다오-선양-창춘-하얼빈을 연결하는 중국 내 금융벨트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해엔 특히 동북 3성을 집중 공략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5개 지역에 지점 네트워크가 있다.
또 최근 금융권 재편이 기대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전략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 해 “외환은행 등 모든 M&A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산규모가 2배 가까이 높은 우리금융지주와의 대등합병을 하나지주가 선도한다는 여론을 만든 것도 김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민영화 작업을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의 경우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하나-우리금융지주의 합병 시나리오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절제된 리더십으로 M&A 성공신화를 다시한번 재연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 진출 34년여만에 200조원에 육박한 글로벌 금융그룹의 신화를 탄생한 김 회장. 앞으로 어떤 행보로 하나금융을 메가뱅크를 만들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