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2009회계연도(2009년 4월~ 2010년 3월)에 저금리 기조로 채권투자 이익과 거래대금 수수료 수입 증가등에 따라 실적회복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대금이 늘지 않고 있는데다 채권시장에서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실적을 발표한 상위 12개 증권사의 2009회계연도 순익은 1조9천84억원으로 전년의 9천745억원보다 95.8% 급증했다.
대우증권이 가장 많은 3천159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75.0% 급증한 규모이며, 영업이익도 4천120억원으로 102.1% 증가했고 하나대투증권은 151.7% 증가한 2천520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1천억원대 적자에서 2천319억원 흑자로 돌아섰으며 현대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은 나란히 1천800억원대 이익을 냈다.
다만 동양종금증권은 184.3% 급증했지만 우리투자증권은 3분기 대거 반영한 일회성 비용의 여파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대신증권은 915억원으로 11.4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천730억원으로 72.8% 증가했지만, 자회사 지분법 손실로 순익에서 뒷걸음을 쳤다.
중형사들도 일제히 높은 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878억원으로 61.4%, 신영증권은 877억원으로 74.0%, NH투자증권은 723억원으로 592.2%, 한화증권은 706억원으로 10.8% 각각 늘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개선된 데에는 지난해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입이 늘었고 시중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으로 채권운용에서 대규모 이익을 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은 4분기에 1천147억원 순익을 거두면서 연간 순익의 36%를 차지했다. 국고채금리 하락으로 채권운용에서 763억원 수익을 냈다.
우리투자증권이 4분기 대폭 흑자를 낸 데에도 채권 평가익이 크게 기여했다. 우리투자증권은 4분기에만 1천370억원 순익을 냈다. 연간 순익(1천810억원)의 4분의3을 차지하는 규모로, 분기 기준으로는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급격한 실적개선 모멘텀을 이어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펀드환매가 지속되는 반면 신규 설정은 뚜렷하게 늘지 않고 있어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추가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데다, 채권금리가 바닥권으로 떨어지면서 상승 요인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이익을 더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증권의 양진모 연구원은 "4월 들어서는 금리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내리기보다는 조금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채권에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정길원 연구원은 "실적이 추가로 개선되기에는 제한적인 여건"이라며 "업종 전반보다는 실적을 방어할 가능성이 있는 개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증권 실적 발표는 이날 내놓으며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말 금융지주 실적발표에 맞춰 성적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