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1일(한국시간) 향년 8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의 초대 러시아 대사 출신인 그는 1980년 제7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2001년 현재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대권을 넘겨 줄 때 까지 21년간 국제 스포츠계를 좌지우지했다.
사마란치가 처음 IOC 수장에 오를 당시만 해도 올림픽은 적자투성이 대회였고 IOC는 파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국가 모두가 참가한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화합을 이끌어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또 프로 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올림픽을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로 만들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데도 힘을 보탠 사마란치 위원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 개회식 공동입장을 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마란치가 대표적인 친한(親韓)인사가 됐던 것은 김운용 IOC 전 부위원장과 각별한 관계 때문이었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사마란치와 IOC 중계권료 협상과 스폰서십 유치 등 IOC 재정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공을 세우며 2001년까지 막역한 관계를 이어갔다.
사마란치는 IOC를 이끌면서 처음으로 지난 1985년 스폰서십을 도입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각국은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국가 원수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IOC 위원을 포함한 수뇌부에 막대한 뇌물을 뿌렸다는 마르크 호들러 위원의 폭로가 사마란치에게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이른바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로 인해 IOC 위원 6명이 축출되고 4명이 사임했으며 사마란치도 명예를 실추했던 것.
결국 그는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로 인해 IOC 위원들의 임기를 70세 등으로 제한했으며 2001년 위원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