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진정 몰락하는가.
1980년대 ‘재팬 애즈 넘버원(Japan as Number One)’으로 풍미될 정도로 일본 제품을 세계 제일로 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의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일본 수출품의 평균 단가가 최근 3년간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품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지수화한 ‘고부가가치화 지수’는 2000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2007년 2월에는 121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내리막세로 접어들어 올해 2월에는 105로 떨어졌다. 지난 3년간 13% 내린 셈이다.
자동차의 경우 174만엔에서 158만엔, 전산기기는 4만5500엔에서 3만2000엔으로 각각 떨어져 주요 수출품의 대당 평균 단가의 하락세가 선명했다.
이처럼 수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2008년 9월부터 본격화한 금융위기로 인해 일본의 주력시장이 기존 미국ㆍ유럽에서 아시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의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를 활용하다 보니 제품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비율은 2007년도에 48%에서 2009년도에는 55%로 높아졌다. 반면 대미 수출 비중은 2007년도에 20%에서 16%로, 유럽연합(EU)은 15%에서 12%로 후퇴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의 수출 구조도 바꿔놓고 있다. 주요 수출품이 고급제품에서 범용품으로, 최종재에서 중간재로 옮겨가고 있는 것.
중국에서 복사기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는 코니카미놀타의 경우 주력 제품은 대당 50만엔 이하 짜리 흑백기이다. 코니카미놀타는 복사기 본체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토너 등의 소모품은 일본에서 수출하고 있다. 미국ㆍ유럽에서는 대당 150만엔대 칼라기가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흥국 시장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일본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다케우치 준이치로 연구원은 “신흥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며 “각국이 전략시장으로 평가하는 아시아에서의 가격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우량기업은 다국적화로 선회하고 있다”며 “일본은 중간재 생산거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대국’을 자칭하는 일본의 차기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