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일종의 보너스 개념에 지나지 않던 퇴직금이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재무적 상황과 투자성향을 고려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은행ㆍ보험ㆍ증권등 각 금융 기관들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시장 선점을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15년 100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의 의미 있는 발전과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가입 강제화 ▲적립금 운용 과다한 규제 완화 ▲세제혜택 확대 ▲퇴직연금 사업자간 공정경쟁 확립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노후설계의 필수 '퇴직연금'
퇴직연금제도는 고령화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퇴직금제도와의 차이점은 사외에 예치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강화했고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그리고 개인형퇴직계좌(IRA)로 구분된다.
확정급여형 제도는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정의되고, 기업이 납부할 금액은 적립금 운용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확정기여형은 사용자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는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제도다.
개인퇴직계좌는 근로자가 퇴직 또는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퇴직연금 일시금)을 근로자의 개인 계좌에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한다.
따라서 운영 주체가 근로자가 되는 확정기여형 제도와 개인퇴직계좌 상품의 경우 운영 시 발생하는 이자소득세가 이연돼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납입단계와 운용단계에서 과세가 이연돼 최종 수령단계에서 원리금에 대해서 과세를 한다는 의미다.
퇴직연금제도의 가장 매력은 근로자의 추가 부담 없이 회사의 부담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퇴직금이 적립된다는 점이다.
확정기여형 제도의 경우 장기투자를 활용한 자산증식에 매우 적합한 투자수단이며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퇴직연금 상품 특성상 장기 투자수익을 고려해 실적배당형 상품 선택시 본인의 투자성향을 반영해 주식혼합형ㆍ채권형ㆍ라이프사이클형 펀드등과 같은 상품 선택이 가능하다.
◇가입 의무화ㆍ세제혜택 확대등 제도개선 절실
퇴직연금은 지난 2005년 12월에 도입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총 적립금액은 14조원, 계약건수는 8만건에 달한다.
적립기관은 금액 기준으로 은행 48.5%, 생보 33.5%, 증권 11.8%, 손보 6.2% 순이다. 적립유형 별로는 DB형 약 10조원(71.7%), DC형 약 3조원(21.2%), IRA형 약 1조원(7.1%)이다.
예금ㆍ보험ㆍELS등 원리금보장상품이 약 12조원(85.3%), 실적배당상품이 약 1조2000억원(8.9%)이다.
적립금의 전년대비 증가 추이를 통해서도 급성장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07년과 2008년 말 기준으로 적립금은 2조7000억원과 6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64%, 240% 급증했다. 지난해 말 총 적립금은 14조원을 기록해 역시 전년대비 212%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렇듯 규모는 급팽창하고 있지만 정작 퇴직연금에 대한 질적인 면에서의 성장은 뒤쳐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특히 퇴직 연금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퇴직연금 가입이 강제화 되어 있지 않은 점은 퇴직연금 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상 사용자(근로자)는 퇴직금과 퇴직연금 설정시 임의 선택이 가능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반면 호주의 Superannuation 제도와 미국의 401(k)는 국가ㆍ사용자ㆍ근로자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강제 또는 자동가입 형태다.
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강제가입형(자동가입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근퇴법 개정안은 신설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을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의 과다한 규제 역시 문제다.
현재 DCㆍIRA형의 경우 주식ㆍ주식형펀드등의 직접투자가 불가능해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되면서 투자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근퇴법상 적립금 운용대상 상품을 열거주의로 하고 있어 신상품 운용에 애로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납입시 소득공제 범위 확대 역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대목이다.
현재 퇴직연금에 대해 적립시 300만원, 수급시 900만원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최근 퇴직연금 사업자간 가입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자간 공정경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퇴직연금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구진과 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실무 TF팀을 구성, 운영해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