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금융그룹 골드만삭스의 사기혐의 기소를 계기로 현재 미 행정부의 최대 쟁점이 온통 금융제도 개혁에 쏠려있다. 이런 가운데 때아닌 ‘엔젤’이 금융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금융업계에는 개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고용 창출의 원동력인 중소기업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경기회복 전망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불변의 법칙’에 연연해 더 이상 금융개혁을 미뤘다가는 금융업계가 다시 미국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하나의 민간기업으로서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손실을 내면 공적자금으로 구제받는 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금융제도 개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 행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 행정부가 금융 위기의 재발 방지에 역점을 둔 나머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등안시해 허를 찔릴 수 있다며 ‘저축률 향상’과 ‘투자의 적정화’에도 관심을 둘 것을 주장했다.
폭리를 취하는 금융권의 자산을 불려주는 증권화 상품과 파생상품 등의 거액의 투기적 거래가 아닌, 투자를 얼마만큼 기업과 이노베이션,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돌릴 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금융의 역할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 ‘엔젤 투자자’의 투자 촉진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말하는 ‘엔젤’이란 성경에 나오는 천사장 가브리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기업이나 개인을 말한다.
대부분의 엔젤 투자자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기업에 투자하며 이른바 ‘악마의 창조물’로 불리는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잘 나가는 대기업 가운데도 엔젤 투자자들의 출자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애플과 아마존닷컴이 대표적인 예이다.
애플은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임원이자 주주였던 마이크 마쿨라가 9만1000달러를 투자하면서 출발했다.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벤처 캐피털과 몇몇 기업에서 출자를 거절당한 후 수십 명의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120만달러를 출자받아 성공신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미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 역시 컴퓨터 업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인 앤디 벡톨샤임이 10만달러를 출자한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벤처투자회사의 임원이자 엔젤 투자자인 게리 스메이비 씨는 “기업가들은 자기자본을 투자해 다른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동시에 이익도 거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황 여파로 엔젤 투자자들의 활동이 주춤해지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 대학 벤처연구센터(CVR)에 따르면 지난해 25만9480명의 엔젤 투자자가 5만7225개 벤처기업에 출자한 금액은 176억달러였다. 이는 전년보다 8.3% 감소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크리스 도드 커네티컷 주 상원의원이 제출한 금융규제 개혁 법안이 성립하면 3개 조항의 제제 때문에 엔젤 투자자의 투자가 얼어붙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현 제도에서 벤처기업은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 없이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도드의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벤처기업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해야 하는데다 그 심사가 끝나기까지 120일이 걸린다.
여기다 엔젤 투자자의 자산 및 소득 기준의 최저한도가 현행의 2배로 상향된다. 이뿐 아니라 엔젤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할 때 해당 주(州)법이 아닌 연방법에만 따라야 한다는 ‘연방법 우선규정’이 폐지된다.
금융시스템을 바로잡으려 만드는 규제안이 오히려 금융시스템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엔젤 투자자들은 교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발빠르게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크린 에너지 기금(CalCEF)의 엔젤 펀드 및 엔젤 네트워크의 수잔 프레스턴 무한책임사원은 “주요 대도시권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엔젤 투자자 교류모임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엔젤 투자자에게 벤처에 대한 투자는 높은 리스크를 안는다는 부담이 있지만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고 즐길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 금융기관의 손발을 묶기 위해 규제 강화에 급급하기보다는 엔젤 투자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