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을 가장해 주가를 조작하고 일반 투자자를 울린 `검은머리 외국인'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신의 자본을 해외 투자금으로 속여 주가조작에 개입한 국제금융전문가 문모(53)씨와 업체 대표 4명을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 임직원 및 사채업자 27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문모(53)씨는 2000년께 홍콩에서 현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홍콩계 펀드 P사를 설립하고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사모펀드 M사를 세웠다.
문씨는 P사와 M사를 활용해 국내 코스닥 기업의 대표들과 짜고 시세를 조종하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투자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돌려받는 방식의 사실상 대부 계약을 체결하고 `작전'에 나섰다.
문씨는 지난해 5월 제조업체인 S사 대주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P사와 M사의 외국인투자 전용계좌로 5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해외펀드로 위장한 P사 등이 증자에 참여했다는 공시가 뜨자 주당 700원대였던 S사 주가는 9일 만에 주당 1045원까지 폭등했고 문씨는 배정받은 주식을 전량 팔아치워 27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문씨와 짜고 주가를 조작한 코스닥 기업은 S사 외에 국내1호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투자(KTIC) 등 8개나 됐다. 최근 6개 회사를 인수해 총 100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43)씨도 문씨와 공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를 추종하는 심리를 이용해 국내 증권시장을 교란한 사건"이라며 "해외펀드를 가장해 주가조작에 관여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내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