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도심 재개발ㆍ재건축 단지 분양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은 역세권 등 주택수요 기반이 두터운 지역에 위치할 뿐 아니라 대부분으로 전매기간이 짧아 환금성이 우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분양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수요자들이 청약에 대거 가세했었다.
□ 미루고 또 미루고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말 분양할 예정이었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주를 재건축 하는 이 단지를 올 4월로 연기했다가 다시 6월로 미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호전되지 않은데다 조합과 시공사 간에 협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다소 늦어졌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87가구(공급면적 86~115㎡)를 공급예정인 이 단지는 3.3㎡당 일반분양가가 3200만~3300만원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근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단지 바로 가까이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 매매값이 3.3㎡당 3100만원인데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나오지 않겠냐"면서 "시장상황이 나빠 선뜻 분양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작용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대림산업과 GS건설 등이 지난해 공급을 계획했던 성동구 상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2구역'도 올 들어 몇 차례 연기됐다.
동부건설이 추진 중인 용산구 한강로2가 국제빌딩3구역 주상복합도 지난해 하반기에서 수차례 연기를 거듭한 끝에 올 6월 분양을 미뤄둔 상태다. 이곳은 국제빌딩3구역 주상복합은 재개발은 아니지만 용산 국제업무단지 호재가 있어 큰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3.3㎡당 분양가는 3800만~4000만원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비싼' 분양가 걸림돌
부동산 업계는 서울지역 재건축, 재개발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비싸다는 점이 요즘같은 시장상황에서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기존주택 매매값 하락, 보금자리 공급 등이 맞물린 시장여건은 대기수요가 항상 많은 서울지역이라 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집들은 매매값 하락세가 확대되면서 적게는 1000만~2000만원씩, 많게는 1억원이 빠지고 있고, 서울 강남과 수도권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연이어 공급되면서 이를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신규 분양아파트와의 가격차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서울 재개발 지역에서 분양했던 금호자이, 흑석푸르지오 등은 일부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분양팀장은 "수도권에 비하면 서울 재건축 재개발은 수요층이 두터워서 리스크가 훨씬 적은 사업이지만 일부 미분양이 있음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소비자의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