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① '유럽 재정플루' 사태 ...금융시장 쓰나미

입력 2010-05-06 08:42 수정 2010-05-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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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폭탄 글로벌증시 초토화...올해 상승폭 반납

(편집자주: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주요국 증시는 올해 오른 상승폭을 모두 날렸으며 채권·상품·외환시장이 모두 출렁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포르투갈·스페인 등 인접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4회에 걸쳐 그리스 사태를 진단해본다)

① 유럽 폭탄 글로벌증시 초토화...올해 상승폭 반납

② 유럽 악재에 亞 금융시장 우려 확산

③ 유럽은 잊어라..미국이 있다

④ 유가 80달러선 붕괴...급락 어디까지

유럽발 악재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재정위기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주요국 증시는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그리스 사태를 두고 '유럽 플루(european flu)'가 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 사태가 독감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23개국 증시로 구성된 MSCI월드인덱스는 5일 1.15% 하락한 1157.86을 기록했다. 이날 약세로 MSCI월드인덱스는 올해 들어 0.9% 하락한 셈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 기대감을 타고 올랐던 상승폭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주요국 증시 중에서는 미국 S&P500지수가 3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고 스페인 IBEX35지수는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럽발 위기는 증시는 물론 외환과 상품 등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유가는 80달러선 밑으로 빠지며 7주래 최저치로 내렸고 유로/달러 환율은 1.29달러선이 붕괴됐다.

▲최근 6개월간 MSCI월드인덱스 추이(출처: bloomberg)

유로/달러 환율이 1.29달러를 하회한 것은 14개월만에 처음이다.

채권시장도 요동을 치고 있다. 유럽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권 최대 경제구역인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8%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럽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악셀 베버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은 그리스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베버 위원이 차기 ECB 총재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그의 발언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독일 유력 정치인인 기독민주당의 볼커 카우더 원내 대표는 전일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의 파산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불러왔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독일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승인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미래와 독일의 장래를 위해 내각이 승인한 그리스 지원안을 의회가 인준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그리스 지원에 대한 독일 정치권과 여론의 거부감이 여전해 앞날은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 8억유로를 분담할 예정인 슬로바키아의 로버트 피코 총리는 이번주 초 "그리스가 약속한 재정긴축을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3년 그리스 부채는 3600억유로, GDP의 150%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은 이자율을 6%로 가정할 경우 이자 갚는데만 GDP 9%와 정부세수의 25%를 지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 한마디로 채권시장을 좌우하는 빌 그로스 핌코 설립자 역시 이날 경제전문케이블TV CNBC에 출연한 자리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이 모두 채무조정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에릭 닐슨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내년 심각한 채무조정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 사태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이슨 프라이드 글렌메드 투자전략 책임자는 "시장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 사태가 글로벌 환경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리스 사태가 다른 나라로 전염될 수 있으며 이는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현재 'Aa2'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포르투갈이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제를 살리는데 고전할 수 있다면서 그리스 사태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악재로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5% 가까이 급등하며 24.9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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