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13년만에 정권 탈환

입력 2010-05-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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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출범...불확실성 지속될 듯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13년만에 노동당을 밀어내고 제1당으로 등극하며 정권을 탈환했다.

6일 오후 10시(현지시간)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된 BBC, SKY, ITV 등 3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석수는 보수당 305석, 노동당 255석, 자유민주당 61석, 기타 29석으로 예상됐다.

▲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BBC방송)

보수당은 기존 210석에서 95석이 증가해 원내 다수당에 오른 반면 노동당은 349석에서 94석이 감소해 제2당으로 밀려났다.

자민당은 사상 처음 실시된 TV 토론을 통해 급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62석에서 61석으로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집계돼 기존의 보수당-노동당 양당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보수당 집권의 의미

보수당은 과반에 약간 모자라는 의석을 확보했지만 일단 4기 연속 단독 집권한 노동당을 좌절시켰다는 점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당제의 뿌리가 깊은 영국에서는 대부분 총선 때마다 노동당 또는 보수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정권을 잡아왔다.

노동당은 지난 1997년 선거에서 토니 블레어 당수가 43.2% 득표율로 419석을 장악해 보수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고 2001년과 2005년 총선에서 잇따라 각각 413석, 356석을 차지해 제1당 자리를 확고히 해왔다.

그러나 장기집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영국 경제가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져 노동당은 제2당으로 추락했다.

출구조사 결과 노동당과 자민당이 의석을 합해도 316석으로 과반에 미달해 사실상 보수당으로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보수당은 그러나 의석수가 과반에 미달해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소수당 내각을 구성해 의회를 운영해 나가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13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배경

보수당이 13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 배경은 노동당의 장기 집권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심리적 요인, 정국 불안에 대한 우려에 막판 보수당으로 표가 결집하는 양상이 맞물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7년 이후 4기 연속 집권한 노동당의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전 개전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중도 사임하고 2007년 6월 브라운 당시 재무장관이 총리에 오르면서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넘기도 했다.

이후 브라운 총리의 과묵한 스타일과 국민과의 소통 부족, 당내 블레어파의 도전에 따른 지도력 위기 등으로 노동당의 지지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8년 5월 정당별 지지도는 보수당 49%, 노동당 23%, 자민당 17%로 보수당이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아프간 파병 영국군 사망자가 급증한데다 각료 및 의원들의 정치적 스캔들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5월에도 보수당 43%, 노동당 27%, 자민당 18%로 보수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이후 지난해 말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노동당과 보수당의 격차가 한자릿수 아래로 좁혀졌다. 양강 구도로 진행된 선거판은 사상 첫 TV 토론을 거치면서 자민당이 가세하는 3강 체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선거 막판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면서 부동층이 1위 정당으로 쏠린 점도 보수당 승리에 힘을 보탰다.

◇연정이냐 소수당 정부냐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대로 나올 경우 보수당이 제1당에 오르긴 하지만 안정적 의회 운영에 필요한 과반의석인 326석에는 못미쳐 단독 집권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헝 의회가 탄생해 36년만에 처음으로 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보수당은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안정적으로 의회정치를 펴나가는 것이 절실한 입장이다.

엄청난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지출 삭감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정국의 불안은 더 큰 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과 자민당 의석을 합치면 과반인 326석을 훨씬 넘지만 기본적으로 보수당과 자민당은 정책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결점이 있다.

연정 협상에 실패할 경우 1당을 차지한 보수당이 소수당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보수당은 북아일랜드의 신교 연합당 소속 의원 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법안별로 이들의 협조를 받아 의회를 이끌 수 있지남 과반에는 모자라 안정적인 의회정치를 펴기는 힘들게 된다.

중요 법안이 의회에서 무산되면 내각 불신임을 뜻하기 때문에 결국 소수당 정부는 여왕에게 의회 해산을 청원해 다시 총선을 실시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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